[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겨울밤 / 클립아트코리아
겨울밤 / 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늦봄부터 많이 기다렸던 청소년 시집 '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이 나왔다. 이 청소년 시집을 많이 기다렸던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 시집에 그림을 그렸던 이효선 작가다. 이효선 작가와는 인연이 남다르다. 30년은 더 된 듯싶다. 우리는 같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내가 몇 살 더 많아 오빠였다. 작은 화실이어서 우리는 한 가족처럼 지냈다. 그러다보니 늘 웃음이 넘쳤다. 특히 효선이는 멋진 척 하는 나를 예쁜 오빠라며 캐릭터도 그려주었다. 나 또한 효선이가 수채화를 잘 그려 효선이의 그림을 좋아했다.

많은 동생들 중 효선이는 정이 많았다. 그리고 늘 한결 같았다. 한번 삐치면 좀 무섭기도 했지만 그게 매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효선이랑 청소년 시집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시집 속 효선이의 그림을 보면서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예전에는 나랑 친했던 효선이가 이젠 내 짝꿍 아내랑 더 친하다. 어떨 땐 나만 쏙 빼놓고 전화 수다를 나누면 은근 삐치고 싶을 때도 있다.

청소년 시집 '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이 나오고 처음으로 효선이를 만났다. 만남의 장소는 '혜윰'이라는 카페였다. 카페 지기는 그림을 그리는 강미중 화가다. 강미중 화가를 처음 만난 것은 효선이 덕분이다. 효선이가 오래 전부터 강미중 화가에 대해 말해 얼굴은 몰랐지만 나이도 나랑 비슷하다는 것 등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효선이가 안 좋은 일이 있어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줄 강미중 화가와 우리 부부를 불렀다. 그렇게 만났던 우리들은 혜윰 카페가 생기면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갑자기 조용하던 카페에 단체 손님이 와서 정신이 없었다. 혼자 일하는 미중 씨는 차를 만들고 서빙이 문제였다. 마침 혜윰에는 한 쪽에 옷 판매를 해 서로 어울릴 만한 옷을 이것저것 입고 있을 때였다. 이때 옷을 입어보던 효선이가 어떨 결에 서빙을 도왔다.

효선이는 왔다갔다 패션쇼 하는 것처럼 옷을 바꿔 입으면서 서빙을 했다. 우리는 정말 웃겨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예전 30년 전의 웃음 같았다. 옷을 입어 보던 중이라 서빙을 갔다오면 다른 옷을 입어 보았다. 그러다 미중 씨가 또 차를 만들면 서빙을 갔다. 손님들도 자꾸 옷이 바뀌는 효선이를 슬쩍 쳐다본다는 말에 웃음이 더 터졌다. 웃음보가 한번 터지니 멈출 줄 몰랐다.

손님들이 모두 나가고 우리는 또 모여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책 이야기, 그림 이야기, 오래 전 이야기며 살아가는 이야기... 모처럼 마음 편하게 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주변에 이렇게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이 들었다. 10년 후에도 이렇게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우리는 10분만 더, 10분만 더... 있다가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늦게 잠이 들었다. 효선이가 일부러 만들어 온 쿠키를 먹으며 오래 전 기억에 잠겼다. 효선이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우리부부를 시골집으로 불러주었고, 예쁜 모자를 떠서 주기도 했다.

몇 년 전 꽃샘추위가 있던 날, 감기 기운이 있던 나에게 목에 두른 딸기가 그려진 스카프를 내 목에 두르라며 풀러 주기도 했다. 이런 정 많은 효선이가 내 청소년 시집에 그림을 그려주어 정말 고맙기만 하다. 덕분에 풋풋한 우리들의 오래전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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