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지만 시중 경기(景氣)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연말 성수기는 이미 실종된 분위기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도 식었지만 각종 통계도 악화된 경제상황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16만5천명이 늘어 5개월 만에 10만명 대를 회복했다. 정부에선 "지표가 최악을 벗어나 다행"이라고 했다. 얼핏 호전된 것으로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셀프 착시'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중앙부처와 공공기관들을 총동원해 만든 5만개의 일자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용의 양은 일시적으로 회복됐지만 질(질)은 더 악화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사회의 중추적인 세대인 3040세대의 취업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할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30대는 9만8천명, 40대는 12만9천명이 줄었다. 한창 자녀교육비가 들어갈 연령대의 일자리가 준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일이 아니다. 반면 용돈수준으로 돈벌이하는 노인취업자는 사상 최대증가폭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친노조 정책으로 기업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은 폐업하거나 구조조정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투자·고용계획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세금만 잡아먹는 단기성 공공일자리만 잔뜩 늘렸다. 구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국민들의 가계난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젊은 가장들이 일자리를 못 찾고 헤매는 상황에서 살림살이가 좋아질리 없다.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6~7일 전국 성인 20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경제 국민인식진단 여론조사'결과 46.9%가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19.3%에 불과했다. 향후 1년간 살림살이 전망에서도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42.8%에 달했다.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한다.

올해도 우리 경제는 힘겨운 나날을 보냈지만 내년에도 녹록치 않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계속되고 미·중 무역전쟁, 중국의 성장률 하락,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신흥국 발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 등 글로벌경제도 심상치 않아 경제가 살아나길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고용문제에 있어서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고 생각 한다"고 밝힌 점이다. 고용위기를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경제상황이 호전될 수 없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시행도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노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노조의 경영간섭이 갈수록 늘어나고 각종 규제는 기업을 옥죄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고용시장을 살리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려면 결론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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