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기사 "사적업무 강요"… 청주시 부실감사 의혹까지

백제유물전시관 설비기사와 경비원이 향토문화연구소 관련 책자를 정리하고 있다. /독자제공
백제유물전시관 설비기사와 경비원이 향토문화연구소 관련 책자를 정리하고 있다. /독자제공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최근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 근무하는 A씨가 B 학예사에게 갑질 피해를 당했다며 징계를 요구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설비기사로 일하는 A씨는 B씨가 향토문화연구소라는 단체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사적인 업무 처리를 돕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대표는 백제유물전시관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박상일 청주문화원장이다.

A씨는 "B씨가 향토문화연구소 대표 주소지를 백제유물전시관으로 옮겨놓고 짐이나 서류를 받았고 일과시간에 이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백제유물전시관을 향토문화연구소 업무를 보는 사무실로 활용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또 "이 단체 회의를 백제유물전시관에서 하면서 테이블 정리, 책자 정리, 짐 옮기기 등 잡무를 지시했고 하급자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A씨는 "출퇴근 시간을 잘 안 지키면서 환경미화원에게는 주말근무 시 1시간 추가근무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씨의 갑질 피해 호소는 청주시 감사에서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감사를 진행한 청주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출·퇴근 및 중식시간 미 준수 여부, 환경미화원에 부당지시, 전시관 사적활용, 근무시간 내 개인 업무 처리는 인정되지만 A씨가 향토문화연구소 관련 물건을 옮기거나 일을 도운 것은 직원들 간 자연스러운 행동인지 강압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가 상급자인 B씨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닌 자발적 도움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내용을 증명할 객관적 물증이 없다는 것이 청주시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부당 노동행위에 관한 사진 자료 수십 장과 B씨의 지시 내용이 담긴 녹취록 등을 담당자에게 제출했다"며 부실감사가 아니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감사가 진행될 때 박상일 청주문화원장이 자신을 불러 "향토연구소는 내가 하는 단체인데 그 일이 이렇게 문제가 될 일이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청주시 감사결과를 전달받은 청주문화원은 지난달 3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B씨에게 '견책'의 징계를 내렸다.

박상일 청주문화원장은 "A씨와 B씨가 오랫동안 사이가 안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직원들 간 감정싸움이 커진 것이지 비리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며 "회의를 자주 한 것은 아니고 1년에 2번 정도 했고 행사도 1년에 1번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박 원장은 A씨와 만난 일에 대해 "만난 것은 맞지만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국민신문고에 올린 민원은 대부분 허위사실이며 제 입장은 경위서에 소명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 일이 불거지자 백제유물전시관 경비실을 찾아 CCTV 자료를 백업받아 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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