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표 제천 세명대 교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종주

도보순례 30일째인 날 시리아서 출발해 뽀로또마린으로 가는 도중, 앞으로 산티아고까지 100㎞ 남았다는 표지석 앞에서 이관표 교수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중부매일 서병철 기자] '15일동안 비가 와서 등산화도 젖어 힘들었다'

'일에 지치고 사랑에 허기진 당신의 등을 떠밀어 보내주고 싶은 길.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땀 흘렸고, 파울로 코엘료의 삶을 바꾼 길. 그리고 당신과 나, 이름없는 이들의 비밀을 기다리고 있는 길. 눈물로 떠나 웃으며 돌아오게 되는 길. 그 길의 이름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의 길.(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제천 세명대학교 이관표 교수(62·호텔관광경영학과)가 1년동안의 연구년을 뜻있게 보내기 위해 33일 동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고 또 걸었다.

이 교수는 연구년 기간동안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고 버킷리스트 1번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겠다고 결정했다.

그는 이 길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 자신의 체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젊은 사람도 걷기 힘든 비포장 800km을 33일간에 걸쳐 완주했다./편집자
 

산티아고 순례길 800키로 코스
산티아고 순례길 800키로 코스

▶산티아고 길은 어떤 곳이며, 순례길에 나서기 전 어떤 준비를 했는지

산티아고 길은 예수의 제자였던 성야고보고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다.

스페인 북부에서 시작해 성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Santiago de Compostella(스페인 북서쪽 갈리시아 지방에 위치한 작은 도시)까지 약 800km의 순례길이며 스페인어로 '별들의 들판' 혹은 '야고보 성인의 무덤' 이라고 부른다.

산티아고 길을 걷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매일 의림지와 인근 지역을 10km 이상 걸으며 체력단련을 하고 일부러 비가 오는 날 우비를 입고 산을 오르기도 했다.

산티아고에 대한 자료는 주로 인터넷검색을 통해 수집했고, 영화 'The Way' 와 '나의 산티아고'를 시청했다.

▶트레킹 일정과 코스는(10월 19∼11월 27일(38박 40일/걸은기간 33일)

◇도보 1일~7일차:피레네산맥, 나라바 주


피레네 산맥을 넘는 날은 해발 160m에서 출발해 뢰페데르 정상 1천 440m를 넘었다.

도시의 활기찬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대성당, 박물관, 갤러리, 중세에 만들어진 팜플로냐 거리의 유명한 카페나 타파스Bar 도 볼 수 있다.

'용서의 언덕' 이라 불리는 해발 790m의 뼤르돈 언덕에 있는 순례자 형상의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8일∼11일차:라 리오하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주 이며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로스 아르꼬스는 또르띠아로 유명하다.

◇12일~19일차:메세타 고원이 있는 부르고스, 팔레시아 주

구간의 절반 이상이 황무지인 메세타 지역으로 끝없이 농경지가 펼쳐져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그늘이 거의 없는 구간이다.

가끔 목동과 양떼를 만날 수도 있었으며, 길 표시가 명확하지 않은 곳이 많다.

◇20일~29일차:이라고산의 철 십자가, 레온 주

레온은 카미노 길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붐비는 곳이다.

철 십자가는 전체 여정 중 가장 높은 지점, 이후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30일~33일차:갈리시아 주

변덕스러운 날씨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갈리시아 주 이다.

갈리시아 지방에서는 산악지대가 많아 날씨 변덕이 심하다.

갈리시아 지방은 홍합과 오징어, 문어, 대구 등의 요리가 유명하다.
 

▶순례길 도보 중 가장 보람으로 생각하는 점은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는 제천 청풍호를 자연친화적인 도보 여행길을 만든다면 많은 방문객들이 제천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는 등산보다는 트레킹이 대세일 것이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도보여행길이라 여겨진다.

순례길을 걸으며 제천의 자드락길과 용두산 등 훌륭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한 일이라 생각했다.

▶순례길 도보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보통 알베르게 취침 시간은 밤 10시부터 아침 6시 30분까지다.

이 시간에는 목소리를 최대한 작게 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살금살금 이동해야 한다.

6시 30분 이전까지는 방에 있는 불을 켜도 안되고 헤드램프나 핸드폰 램프를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벽 5시 이전에 기상하는 습관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된다.

동양인과 서양인, 종교인과 비종교인, 그리고 순례객의 다양한 문화의 차이로 인해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33일동안 15일 정도 비가 내려 빗물에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며, 등산화도 젖어 무척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만 했다.

완주증
완주증

▶숙박이나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크레덴셜(Credencial 순례자 여권 또는 도보여행증면서)은 프랑스 길의 시작인 생장에서 발급 받아 약 30개 지역 알베르게(Albergue)에서 숙박했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의 숙소이며, 남녀노소 상관없이 선착순 입장이다.

숙박비 지불은 신용카드는 통용되지 않고, 현금 만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보통 5~10km마다 한 곳씩 있으며, 오후 1시부터 투숙이 가능하다.

침대커버와 베게커버는 보통 1유로에 판매하고, 이불도 주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침낭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숙소 화장실이나 샤워장이 남녀공용인 곳이 많다.

한 방에 4명에서 100명까지도 투숙을 하며, 대부분 2층 침대인데 서로 아래 칸을 사용하기 위해 투숙객끼리 종종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식사비용과 생수, 간식 등 개인비용은 하루 25~30유로 정도면 충분하다.

식사는 주로 아침에는 토스트나 계란위주로 간단히 해결했고, 점심이나 저녁은 주변의 카페에서 먹었다.

스페인 음식이 조금 짜긴 했지만, 빵과 함께 먹으면 괜찮았다.

▶세명대 제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 학생들도 졸업하기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올 것을 추천해 주고 싶다.

영어가 크게 필요치 않고 만국언어인 '바디랭기지'면 충분하다.

혼자 걸으면서 나의 부족한 점이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몸을 움직이면 생각이 변한다' 는 말을 당부하고 싶다.

▶순례기를 다녀 온 후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나의 삶에 대한 흔적들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걷기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제주 올레길의 모델이 된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한국인 도보여행자들도 많이 늘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TV프로그램으로 인해 더욱 많은 한국인 도보여행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종교인보다 일반 도보여행객들이 더 많이 찾기도 한다.

젊은이들에게는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본인의 미래에 대한 충분한 생각도 하면서 스페인이나 유럽의 역사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관표 교수 약력

제천 세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제천고등학교 총동문회 회장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 자문위원장
충북 북부권마을만들기 센터장
한국호텔관광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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