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희망2019나눔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서 이명식 충북공동모금회장과 이장섭 정무부지사, 장선배 도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나눔으로 행복한 충북'을 외치고 있다. /신동빈
20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희망2019나눔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서 이명식 충북공동모금회장과 이장섭 정무부지사, 장선배 도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나눔으로 행복한 충북'을 외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사설]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성탄절과 연말은 자선시즌이다. 가뜩이나 변변치 못한 살림살이에 일거리도 마땅치 않은 빈곤층에겐 폭설과 한파로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는 겨울은 삶 자체가 고단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연말이면 서울명동이나 청주 성안길, 대전 은행동등 사람들이 붐비는 주요 번화가엔 구세군냄비가 온정을 기다리고 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선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연탄배달을 해주는 의미있고 소중한 행사를 갖는다.

하지만 불우한 이웃을 도우려는 연말 기부민심이 작년부터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올해 '사랑의 온도탑'은 전국적으로 내년 1월 31일까지 4천105억 원을 목표액으로 하고 있지만 따뜻한 손을 기대하긴 어렵다. 충북은 '희망 2019 나눔 캠페인'이 시작한 지난달 20일부터 최근까지 목표액 66억원중 15억원이 걷혀 온도탑 수은주는 20도를 밑돌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원금으로 고급차를 타고다닌 이영학 사건등으로 기부민심이 차가워진 분위기가 올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뜻 깊은 일에 쓰라고 기부했는데 사익을 추구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그릇된 행태 때문에 기부에 대한 '불신(不信)' 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부해봤자 정작 힘겹게 살고있는 이웃들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올 들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기업의 기부참여가 줄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온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충북 제천 '기부천사'의 선행은 작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독지가는 철저히 익명을 원하는 '얼굴을 감춘 천사'다. 그는 지난 13일 점심시간에 제천시청 사회복지과에 찾아와 2만장의 연탄 보관증(1천500만원 상당)이 든 흰 봉투를 전해주고 갔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는 커 녕 봉투 속에도 연탄보관증 외에는 아무런 메모도 남기지 않았다. 익명의 독지가는 그런 선행을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금액도 크지만 그 오랜 기간 동안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마음으로 한 해도 거르지않고 선행을 베푼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돋보이는 것은 기부에 대한 인식이 예전만 못하고 '사랑의 온도'를 낮춘 '불신시대'에도 '온정'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밑 자선시즌에 사회전반의 기부문화가 침체된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기부문화가 사라진다면 겨울추위에 외롭게 생활하는 홀로 사는 노인, 의지할 곳 없는 소년소녀가장, 불우장애인등 우리의 이웃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위해 기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천 익명의 독자가는 아무리 사회가 삭막해졌어도 추운 겨울을 포근하게 할 수 있는 기부문화는 살아 숨 쉬어야 한다는 것을 실천했다. 얼굴 감춘 천사가 있는 한 우리사회는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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