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

1998년 제천의 한 마을에서 함께 뛰어놀던 아이들은 신씨의 야반도주로 미래가 바뀌었다. 부모님이 부채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20년을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외에서 호위호식하며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사진은 마이크로닷의 큰형(앞줄 왼쪽)과 둘째 형 산체스(앞줄 가운데), 사기피해를 본 지인 자녀들의 어릴 적 모습. 
1998년 제천의 한 마을에서 함께 뛰어놀던 아이들은 신씨의 야반도주로 미래가 바뀌었다. 부모님이 부채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20년을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외에서 호위호식하며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사진은 마이크로닷의 큰형(앞줄 왼쪽)과 둘째 형 산체스(앞줄 가운데), 사기피해를 본 지인 자녀들의 어릴 적 모습. 

[중부매일 기자수첩 신동빈]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피해자들은 애초에 그들이 돌아와 사죄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형제보다 가까웠던 친구들, 그리고 진짜 형제·자매를 그렇게 버리고 떠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부매일이 인터뷰한 모든 피해자들이 입을 모아 "신씨 부부는 절대 자기발로 한국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던 이유다.

1998년 마이크로닷 가족이 한국을 떠날 때와 2018년 뉴질랜드에서 사라진 모습은 매우 닮아있다. 2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주도면밀하게 '돈'만 챙기고 잠적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수차례 이름을 바꾸며 살았던 그들은 어쩌면 현재의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대비해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잊은 것이 있다. 구김 없이 큰 두 아들은 5천100만 국민이 모두 아는 래퍼가 됐고, 인터폴이라는 국제경찰은 지난 12일 한국경찰이 요청한 '적색수배' 요청을 받아들였다.

신씨 부부는 한국을 떠나 살아 잘 모르겠지만 20년 동안 대한민국 경찰의 수사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제24대 인터폴 총재에 김종양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선출된 것이 단적인 예이다. 또, 20년 전 멈췄던 수사를 다시 시작한 제천경찰서 역시 의지를 불태우며 피해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 누구도 신씨 부부가 평생 잡히지 않고 숨어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씨 부부는 언젠가 경찰 포토라인에 설 것이다.

시간은 더 이상 신씨 가족의 편이 아니다. 신씨는 "조만간 귀국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말을 하루라도 빨리 이행하고 마이크로닷은 자신의 입장문에 밝힌 "일일이 찾아 해명하고 사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씨 부부는 잊고 살았던 20년 전 잘못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세 아들을 겨냥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만이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용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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