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 윤창호 친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18.12.7 / 연합뉴스
7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 윤창호 친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18.12.7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20대 초반의 군인 윤창호씨는 지난 9월 휴가 중 부산 해운대의 한 길거리에서 주취운전 차량이 덮치는 바람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윤 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다 지난 11월 눈을 감았다. 친구들은 윤 씨가 병상에 누워있을 때부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대대적인 요청을 펼쳤고 부친 역시 언론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법안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해왔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윤 씨 사건은 이른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발효돼 어제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법 시행 첫날부터 일부 시민들의 음주운전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윤 씨의 비극이 일어난 부산에서는 18일 0시 이후 음주운전 단속 6건, 음주사고 1건이 경찰에 적발됐고 서울에서는 17일에만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경우가 20여 건에 달했다. 윤창호법이 정착되려면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음주는 살인'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음주운전 건수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3만 8,000여 건을 넘었다. 음주사고로 사망자가 252명, 부상자도 55,660명이나 됐다. 매일 0.7명이 사망하고 154명에 다치는 셈이다. 음주교통사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정상적으로 주행하거나 윤씨처럼 인도에 서있다가도 어처구니없이 참변을 당할 수 있다.

음주운전이 위험한 것은 공간 지각 능력이나 거리감 상실, 방향 감각 등 복합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2%부터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손상이 시작돼 0.05% 접근 시 청력, 시력이 감퇴하면서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져 단속 시 도주, 난폭 운전, 무분별한 차선 변경 등으로 자신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창호법은 바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했다. 예전에는 2번의 음주 전과가 있는 운전자는 3회 음주운전 단속 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가 있었지만 윤창호법으로 형량이 강화돼 이제는 2번만 걸려도 2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음주운전 중 상해 사고를 낸 피의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사망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는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엄격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청주시 모 공무원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으나 일 년도 안 돼 음주사고를 일으켜 해임됐다. 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음주운전 재범률(식약처 조사결과·2015년)은 44.4%로 마약류 재범률 36.7%보다 높았다. '술 권하는 사회', 음주에 관대한 문화 때문에 음주운전이 습관화된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윤 씨의 비극으로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다'라는 말이 공감을 얻고 있다. 윤창호법이 음주운전 사고를 종식시키고 그릇된 음주문화에 경종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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