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윤여군 기자] 중국과 일본에서 '향수'의 시인 정지용(鄭芝溶·1902∼1950)을 기리기 위해 개최하는 해외 문학 행사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군의회는 지난 14일 내년 예산안을 심의에서 중국 항저우 지용제 행사비 2천500만원과 일본 교토 정지용 문학포럼 행사비 1천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19일 이 행사를 개최하는 옥천문화원 김승룡 원장은 옥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지용 문학 세계화 전략이 위기에 놓였다"며 반발했다.

이날 김승룡 원장은 "부원장 2명, 분과위원장 등과 함께 의회를 찾아 지난 20년 넘게 이어온 중국 지용제와 일본 정지용 문학포럼의 중단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문학이라는 콘텐츠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가는 정지용 시인의 문학제는 계속이어져야 한다"고 예산삭감의 부당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원장은 "의회와 문화원간의 소통부재로 인해 예산삭감까지 이어진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다소 아쉬운 점을 의원들에게 피력했다"며 "정지용 문학축제를 통해 일본과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북한까지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문학축제를 광범위하게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비전까지 충분히 설명해 내년 추경에 반영하겠다는 긍정적인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군의회 A의원은 예산 삭감에 대해 "이들 행사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행사에 참석하는 방문단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있었다"며 "일례로 중국 지용제의 경우 개최지가 옌볜에서 항저우로 바뀌면서 전통성이 사라지는 등 사업 전반을 점검할 때도 됐다는 지적 등도 있어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중국 지용제는 22년을, 일본 정지용 문학포럼은 8년 넘게 해오면서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 군의회가 문학이라는 콘텐츠로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을 알리는 축제를 너무 축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항주 사범대 외국어 대학의 경우 정지용 문학센터를 건립하는 등 오히려 한국보다 정지용 시인의 문학 업적을 더 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군의 예산 지원이 끊기면 충북문화재단이 주는 사업비 900만원도 배정받지 못하게 돼 국제적 신뢰가 무너지는 등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충북도 최우수 축제와 문화관광부 유망축제인 지용제는 문학이라는 콘덴츠로 세계화를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원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군의회는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행사비를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외식 의장은 "의원들간에도 예전부터 중구지용제와 일본 정지용 문학포럼을 격년제로 나눠 실시하자는 등 두 행사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을 사실"이라며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추경을 통해 다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옥천문화원은 지난 1997년부터 중국에서 지용제를 열고, 그가 대학 시절을 보낸 일본에서 문학포럼을 개최하면서 정지용 문학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