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노인돌봄기본서비스사업의 산 역사…"행복했다"
인내의 시간 지나 어르신 마음의 빗장 열리면 '뿌듯'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홀몸노인의 말벗으로 12년간 일해 온 한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화제다.

강산도 변했을 오랜 시간, 노인돌봄 사업에 몸 담았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연말 퇴임을 앞두고 동료들이 함께 열어준 퇴임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금산군 노인돌봄기본서비스사업의 산 역사로 불리는 조경애 독거노인생활관리사(65·사진)다. 조 관리사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된 이후 줄곧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의 건강과 마음을 지켜왔다.

금산군에서 활동하는 35명의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중 맏언니이기도 한 조 관리사는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행복했다"고 답했다.

"돌아보니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생각이 안 나고 뿌듯했던 기억만 떠오른다"며 "외로움과 싸우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고 건강도 살필 수 있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안에서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어르신을 살린 기억만 세 번이 넘는다. "날이 밝았는데도 현관문이 잠겨 있으면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구나 판단하게 된다"며 "닫힌 문을 망치로 부수고 들어가 쓰러진 할머니를 구한 기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위기 상황의 어르신에게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말벗 그 이상이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노인들의 몸과 마음 건강을 챙기는 이들은 스스로를 '지역(금산)의 힘, 지역(금산)의 자랑'이라고 표현했다.

조경애 관리사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의 역할은 금산을 이웃 간 정이 흐르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거리감을 두던 어르신들이 점점 마음을 열어줄 때 가장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새댁, 지금은 아줌마, 선생님 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호칭 자체는 중요치 않다. "내 어머니,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하다보면 그분들도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게 돼 있다"며 "꾸준한 인내와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산의 얼굴'이라는 자부심으로 생활한 지 올해로 12년째. 퇴임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시원섭섭함도 커질 테지만 다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바통을 이을 또 다른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제가 걸어온 이 길이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좋겠어요."

조경애 관리사의 퇴임식을 적접 찾은 문정우 금산군수는 감사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 군수는 "취약한 어르신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