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음악. / 클립아트코리아
음악. / 클립아트코리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음악을 좋아한다. 갓 태어난 아이조차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엄마의 목소리에 따라 아이의 반응이 달라진다. 점차 성장하면서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소리와 몸의 조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아이들의 능력은 다른 영역에 비해 어린 시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만7세 이전에 음악공부를 시작한 경우는 뇌에 두드러진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모든 음악가와 뇌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기타 연주의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악기를 배우기 전에는 연주장면을 보았을 때, 연주자의 손이 움직이는 것만 보지만 기타를 배우고 나서는 어떤 코드를 짚는지를 곧 알게 된다. 점차 기타 연주가 숙달되면 처음 듣는 노래를 반주할 때도 그 음에 맞는 코드를 짚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는 이런 사실을 의학적으로 증명했다. "뇌를 식별하는 것은 해부학자들에게도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음악가의 뇌는 금방 알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음악가들의 뇌에서는 관자엽널판(청각피질 뒤쪽에 위치하여 언어 및 음악적인 부분에 깊이 관여하는 부위)의 비대칭성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두드러진다. 특히 절대음감(absolute pitch)을 소유한 연주자들의 경우에는 좌측 관자엽널판이 우측 관자엽널판보다 훨씬 크게 발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뇌 과학자들은 의학적 검사를 통해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인지까지도 알아낸다. 예컨대 바이올린 지판에는 음 높이를 정확히 결정해주는 프랫이 없다. 따라서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음 높이의 미세조정을 항상 스스로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 높이의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이 더욱 향상된다. 이런 점에서 음악가들의 뇌는 평범한 뇌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고 말한다.

독일의 음악학자 '크리스토프 드뢰서' 역시 음악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음악에 의한 뇌의 변화는 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째, 운동중추와 청각중추의 연결, 둘째, 음악에 대한 분석적 이해력 증가, 셋째,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의 소리에 대한 청각의 발달이다.

이런 뇌의 활동과 변화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음악에서 무엇보다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노래를 잘 못해도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따라 부르거나 연주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뇌를 발달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해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통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훌륭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음악활동은 기본적으로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경우 50~60명의 연주자들이 함께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런 공동체성은 사회 공동체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갖는다.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사고력, 기억력, 목표를 완수하는 힘, 나아가 공감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익힐 수 있다.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독일의 유명한 밴드리더 제임스는 언론 인터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저승의 무대에서 공연을 마친 뒤 모차르트, 바흐, 존 레넌, 듀크 엘링턴과 함께 천국의 바에 앉아 몇 소절을 흥얼거린다고 생각해보라. 참으로 아름다운 상상이 아닌가." 음악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하나로 묶여 소통하는 모습의 한 단면을 재미있게 말한 것이다. 일본의 유아교육 마스터로 불리는 소가와 타이지 역시 아이들의 두뇌와 신체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3~7세 사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때의 골든타임은 바로 음악을 접하게 하는 골든타임이란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