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2018.07.14. / 뉴시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2018.07.14.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올해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내년엔 더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천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76개사 가운데 51.1%가 내년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어제 밝혔다. 특히 제조업 기업들의 응답은 '다소 악화'가 49.4%, '크게 악화'는 10.4%로 집계됐다. 시장 환경에 민감한 기업들이 내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올해 경영상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부진'이란 응답이 53.4%로 가장 많았고,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20.5%),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14.2%) 등의 순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가뜩이나 경영여건도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의 경제정책마저 기업을 옥죄고 있으니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견·중소기업 최고경영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준다. 내년도 사업계획과 경기전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이상이 '살아남기 내실경영'을 꼽았다. 판로확대 등 공격적 경영은 26%에 불과했다. 아직 사업계획을 못 세운 기업도 15%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창출을 생각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66%가 내년 신규인력 채용계획이 없거나 아직 미정이었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률이었다. 중기 CEO 10명중 9명이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과다한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는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지속하는 한 성장여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 중견·중소기업인들의 입장이다.

청와대도 경영현실과 기업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최저임금 과속인상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과 달리 고용부는 최저임금법 대폭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근로자가 실제로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토·일요일)까지 근로시간으로 보고 최저임금액 산출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력히 밀어 붙이고 있다. 고용부의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저임금액은 최대 40% 증가한다. 문 대통령의 말만 믿고 기대를 걸었던 기업인들은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이런 식이면 기업인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법을 지키면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고 법을 어기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된다. 회사의 성장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 목표'라는 기업인들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자리에서 "정부는 비판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지만 중견·중소기업인들의 호소가 경제정책에 반영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말과 주무부처의 정책이 겉돈다면 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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