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재 오인 "지나쳤다" vs "잘했다" 엇갈린 반응

22일 오후 5시 18분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독자제공
22일 오후 5시 18분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독자제공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22일 오후 청주시민들에게 한 통의 재난문자가 발송되면서 청주시가 발칵 뒤집혔다.

재난문자의 내용은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아파트 XX동에 화재 발생, 주민분들께서는 신속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였다. 평소 지진 발생 외에는 재난문자를 받아보지 못했던 시민들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오해해 큰 혼란을 겪은 것이다.

충북도에서 발송한 재난문자. /독자제공
충북도에서 발송한 재난문자. /독자제공


실제 이날 5시 18분께 12층짜리 아프트 8층 안방 화장실에서 시작된 불은 내부 19.8㎡를 태우고 30여분 만에 꺼졌다. 화재 당시 집 안에 있던 A(21·여)씨와 B(19·여)씨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소방서 추산 1천44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 불로 인근 주민 1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시민들에게 보내진 재난문자는 '청주화재'를 실시간 검색어에 올려놓을 만큼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각종 SNS에 재난문자 내용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소방서를 비롯한 관공서로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재난문자가 화재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이다.

용암동에 거주하는 시민 C(32)씨는 "외부에 있다가 문자를 보고 깜짝 놀라 급하게 귀가했는데 이미 화재는 정리된 상태였다"며 "큰 불도 아닌데 안 좋은 일로 아파트 이름만 오르내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D(28·여)씨도 "분평동에서도 아파트 화재가 있었는데 그때가 더 큰 불이었는데 문자는 없었던 걸로 안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민들이 혼란에 빠진 것 같다"고 충북도 재난 경보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 했다. 화재의 규모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문자를 보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문자가 긍정적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시민은 "처음 받아보는 문자라 너무 놀랐는데 뉴스를 보니 큰 사고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며 "만약 대형화재였다면 추가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이런 문자는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충북도 재난상황실 관계자는 "일반 주택화재가 발생하거나 하면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지만 고층 아파트 등의 화재는 재난문자를 보내는 게 맞다"며 "큰 불이 아닐 경우 시민들 불만이 큰 것을 알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먼저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