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영대 독자·세종시 고은동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 옆에 태안화력 하청업체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시민대책위가 15일 촛불문화제 이후 서부발전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갖고 온 국화를 철망 사이에 꽂고 초코파이, 자물쇠 등을 걸어놓았다. 2018.12.16 / 연합뉴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 옆에 태안화력 하청업체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시민대책위가 15일 촛불문화제 이후 서부발전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갖고 온 국화를 철망 사이에 꽂고 초코파이, 자물쇠 등을 걸어놓았다. 2018.12.16 / 연합뉴스

얼마전 우연히 모 방송을 통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고 김용균씨 마지막 동선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필자 역시 20대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상 속에서 김 씨는 석탄가루가 묻은 안전모와 마스크를 쓰고 헤드 랜턴도 없이 스스로 마련했다는 작은 손전등에 의지한 채 덮개를 열고 벨트를 점검하는 장면이 나왔다. 김 씨가 컨베이어 벨트 안쪽에 손을 넣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사진을 상급자에게 전송했던 장면도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특히 김 씨가 위험을 무릎쓰고 벨트 안쪽에 직접 손과 머리를 넣고 살펴보는 장면도 담겼다. 그 이튿날 새벽 김씨는 컨베이어 벨트 밑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꿈 많던 청년이 이렇게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 홀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기 까지 회사는 아무런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신문을 읽어보니 태안화력발전소는고용노동부는 김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작업중지 명령 직후 컨베이어를 가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씨의 시신 수습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고 발생 컨베이어 옆에 있는 컨베이어를 가동했다는 것인데 설비 관리가 얼마나 엉망이었으면 이런일이 생겼을까.

산업재해가 전혀 없을수는 없겠지만 태안화력발전소의 경우는 얼마든지 사전에 안전관리만 제대로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근무환경이 위험한데도 홀로 일하게 했다는 것도 납득이 안간다. 세월호 참사이후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업종 특성상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것 같다. 최근에도 청주의 한 아파트현장에서 4톤무게의 거푸집이 떨어져 작업인부가 사망했으며 이달 초에는 죽령터널에서 후진하는 레미콘트럭에 끼어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죽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큰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여야 정당에서는 재발방지를 다짐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것 같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다.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해 더이상 김씨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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