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우승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2018.12.16 / 연합뉴스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우승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2018.12.16 / 연합뉴스

지난 15일 늦은 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노란 색 별을 중앙에 그린 붉은 깃발의 물결로 넘실댔다. 마치 독립의 기쁨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축제의 밤이 깊어가는 것을 잊은 듯 했다. 국내 지상파 방송도 생중계 했다. 시청률 20%라는 결과가 의미하듯 베트남 국민이 베트남 축구팀을 응원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우승을 응원했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은 박항서라는 한국인이 감독이다. 박항서 감독은 지금껏 베트남 국민에게 축구 경기를 통해서 기쁨을 안겨주며 배려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박 감독은 축구로 베트남을 하나로 묵었다. '박항서 매직'이다. 그들은 박 감독의 리더십에 감동했고 또한 대한민국에 호감을 갖는 이들로 변모했다. 훌륭한 대한민국의 민간 외교관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에서의 박항서는 거스 히딩크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있을 때 수석코치로 있는 모습 정도일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난해에 국내 축구에서는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서 창원시청팀을 이끌고 승리를 거둔 감독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축구인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박항서는 늘 열심이었고 성실했으며 경기에 임해서는 저돌적인 선수였지 기술 축구를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는 여러 팀의 감독을 맡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지난해에 베트남의 감독 제의를 받아들이며 그의 새로운 축구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의 나이 58세였다.

그가 맡은 베트남의 축구 실력은 동남아에서도 하위권에 속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박항서가 감독으로 취임한 후의 베트남 축구는 변하기 시작했다. 2018년 'AFC U-23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약체로 알려진 베트남 대표팀을 결승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루며 베트남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뿐만 아니라 박 감독이 선수들을 대하고 이끌어가는 리더십에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가 더해지며 박항서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그는 베트남의 영웅이 되었다.

박 감독의 '파파리더십'은 어느 조직에서도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포용하는 그의 리더십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빛을 발하는 리더십이다. 베트남 선수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동남아의 하위권이라고 자조하는 상태였다. 그는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훈련에 열중하게 했고 선수들을 자식같이 챙기며 축구에만 집중하게 하여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그의 노력에 부응하여 선수들은 모든 경기에 성실히 임했고 최선을 다해 그들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2018년 아세안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무패의 기록을 세우며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높이 들어올리어 베트남 국민 모두를 기쁘게 했다.

박항서 리더십에 대한 분석이 넘쳐난다. 맞는 말들이다. 그가 훌륭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한 베트남 팀의 선수들, 스스로 비주류라고 여기는 선수들을 푸근한 아버지의 성품으로 진심을 다하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배려하며 성심을 다해 지도하고 이끌어서 베트남을 열광케 하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게 한 일이다. 그는 푸근한 덕장이자 지장이다. 박 감독은 그들의 약점과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 지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찾아내어 실행에 옮긴 지장이기도 하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요즘 우리 사회는 부의 양극화의 심화로 갈등은 깊어가고, 최저임금과 정규직화 문제로 어려운 사람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야단이며 큰 기업은 위험한 일은 하청을 주는 '위험의 외주화'로 얄팍한 임금으로 시달리는 이들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1%의 지도층에게는 냉철한 법적용이 필요하고 99%의 대다수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든든한 뿌리와 줄기로 잎으로 역할 할 수 있도록 지도층은 진심과 배려로 감동을 만들어 희망이 넘쳐나는 사회로 변모시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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