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보고 싶어 하게하는
미치도록 보고 싶어 하게하는
  • 중부매일
  • 승인 2018.12.25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송아지. / 클립아트코리아
송아지. / 클립아트코리아

젖을 떼고 풀을 뜯던 송아지가 어미를 따라 하천변 쇠전(牛市場)으로 새로운 세상 구경을 나갔다. 주변엔 돼지와 염소, 강아지와 토끼, 오리와 닭과 병아리 같은 작은 가축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는데 코도 안 뚫은 목사리 송아지가 흥정이 되어 고삐를 넘겨받은 새 주인의 손에 이끌려 어미 곁을 떠난다. 새끼를 떼려고 시장에 끌려온 어미 소는 자식과의 헤어짐을 아는지 눈물을 글썽이면서 앞발로 땅을 긁어대며 목 놓아 큰 소리로 울어대는데, 모든 게 새롭기만 한 철없는 송아지는 종종거리며 새 주인의 손에 이끌려 잘도 따라간다.

환경이 바뀐 송아지는 해가 설핏하니 새 주인의 정성스런 보살핌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이 새도록 한잠도 안자고 울어댄다. 갈증과 배고픔도 모르고 그저 떨어진 어미를 찾아 외양간을 정신없이 맴돌며 어색한 굵은 목사리를 벗어나려고 굴레에서 머리를 빼려다 누렁 털에 선혈도 흘렸다.

첫애를 떼인 어미 소에게 이런 청천벽력의 생이별은 생전 처음이다. 눈에서 보이지 않는 자식을 찾느라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울음 섞인 '음메~' 소리를 내느라 목이 쉰다. 하도 기가 막혀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고삐를 나꿔 채보지만 주인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한다. 집에 오면서 새끼 찾느라 배가 푹 꺼졌는데도 산해진미의 쇠죽냄새는 저만치다.

밤새 단단한 쇠뿔로 기둥에 맨 고삐를 푸느라 뿔 밑 둥이 벗겨져 피가 흘러도 자식 찾기 일념으로 미친 듯이 몸부림쳐 외양간을 뛰쳐나온 어미 소는 어둠 속에서도 새끼냄새 맡으며 시오리길을 달려 쇠전을 찾아왔다. 아무리 둘러봐도 새끼는 보이지 않는다. 먼동이 트자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달려온 송아지가 어미 품으로 들어와 앞가슴에 몸을 부비며 '엄마, 어디 갔다 왔어?' 라고 안부를 묻는다. 주인을 그리는 플랜더스의 개가 연상된다.

아침새때쯤 텅 빈 쇠전마당에서 고삐 풀린 어미 소가 송아지에게 퉁퉁 부은 젖을 물리고 있다. 까닭은 물을 필요도 없다. 관리인이 어미 소의 코뚜레에 새끼줄을 묶어 말목에 매놓고 주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목사리가 빠진 송아지는 새것으로 바꾸어 먹이를 넘길 만큼의 틈새를 주고서 꼭꼭 묶어 어미 곁에 매둔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매도인과 매수인이 쇠전거리로 들어서면서 얼굴이 화악 펴진다. 고래실 땅 한마지기와 방앗간 쌀 열가마니를 잃었다가 찾았으니 감격 과 감탄 그 이상이었으리라.

소주인 할아버지와 송아지 주인 청년이 두 집안의 이면계약으로 손가락을 건다. 송아지가 풀 맛보고 쇠죽 먹게 되면 보내줄 테니 품값으로 모주 한 잔 마시잔다. 키워준 값은 송아지 찾으러 올 때 가져오겠지.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미물들의 이별도 이렇다. 어쩔 수 없는 연인과의 생이별, 전사통지 받은 아내와 부모의 애끓는 탄식, 다녀오겠다고 웃으며나간 쉰둥이의 교통사고사망소식, 불치병으로 고생하다 엄마젖을 문채 사위어간 아기의 숨소리, 장마에 떠내려가는 동생을 보며 울부짖는 누나, 꽁꽁 언 땅 속에 놓인 부모의 관 위에 취토하는 자식의 복받치는 설움, 화재로 온 가족 잃은 철부지의 기약 없는 기다림, 모두가 누군가를 미치도록 보고 싶어 하게하는 가슴 아픈 일들이다.

그런 마음이기에 남은 이의 맘도 잘 토닥여준다. 이젠 모두 떨쳐버리고 새롭게 앞으로 나가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