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내년에는 지역경제에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나올 듯하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도 모자라 유급휴일까지 포함되는 이중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경제는 간신히 답보상태에 머물거나 악화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 성장세가 약화된 가운데 수도권만 4분기에 경기가 소폭 개선됐고 다른 지역은 악화하거나 전 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암울한 경제현실이다. 문 대통령이 어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요즘 침체·부진(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듣고 심지어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대통령의 말과 겉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되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의 시간과 임금은 제외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해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경제계가 강력 반대하자 수정안을 내놓는 척 하면서 원안대로 강행한 것이다. 이날 최종 수정안으로 법정 주휴시간은 최저임금 산정에서 포함하되 최대 8시간에 이르는 토요일 약정휴일 시간과 이에따라 받는 임금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시간당 임금은 시행령 원안과 차이가 없어 산업계는 "기존 정부안과 차이가 없는 미봉책"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또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정부안은 현실을 외면한 방안이다. 법정 주휴시간이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면서 6천 만원 이상의 고연봉 대기업에서도 최저임금 위반이 속출할 것이 뻔하다. 이를 환영하는 것은 귀족노조 뿐이다. 한노총과 민노총은 "지극히 상식적인 조치"라면서도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처벌을 유예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선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권력 다운 주장이다. 최저임금 과도한 인상 때문에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작년에만 100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선택했다. 당연히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최저임금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내년에 더 심한 한파에 시달려야 한다.

이 와중에 4분기 수도권은 경기개선 흐름이 뚜렸 하지만 지역경기는 어두웠다. 작년 이맘때는 경기 개선세가 수도권 밖으로 확산하는 모습이었으나 올 들어 점차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그나마 경기부진이 심화된 강원·제주와 달리 충청권은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 지속과 LG화학의 2차 전지 수요 확대에 힘입어 보합세가 예상되지만 일부 글로벌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희망보다 절망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와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한다면 지역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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