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교육, 현장이 답이다
희망교육, 현장이 답이다
  • 중부매일
  • 승인 2018.12.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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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전국적으로 5~20mm의 단비가 내린 24일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 농촌방죽에서 부화한 새끼두꺼비들이 서식지인 구룡산으로의 이동을 하고 있다./신동빈
전국적으로 5~20mm의 단비가 내린 24일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 농촌방죽에서 부화한 새끼두꺼비들이 서식지인 구룡산으로의 이동을 하고 있다.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신동빈

눈 오는 날, 섬동 김병기 선생께서 희망얼굴 희망학교의 무대에 섰다. 우리는 일찌감치 희망학교로 등교했다. 섬동은 시인이고 교육자다. 그는 시 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밥을 짓고 밥을 먹듯이 시를 짓고 시를 먹으며 시처럼 살고자 한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이 글자가 모여 시가 되고 사람이 모여 희망이 된다. 시의 뿌리는 슬픔이다. 아픔이다. 슬픔과 아픔이 없이 그 어떤 꽃도 피어날 수 없듯이 사람의 일도 그렇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내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했다"며 피를 토하고 눈물을 흘리며 성찰의 시를 썼다.

그는 매일 아침 세상 사람들에게 시를 배달한다. 시인의 짧은 글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적신다. 지역을 아름답게 가꾼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중평 형석중학교과 형석고등학교, 그리고 증평군청 등 공공기관과 식당과 카페에는 그의 시 한 편이 오종종 예쁘다.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물결친다.

그는 참교육의 최전선에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을 수상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씨앗 하나 간직하고 있는데 어떻게 꽃 피울 것인지 환경과 교육이 결정한다. 그래서 학교는 최고의 행복텃밭이다. 학생이 바뀌기 전에 선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학생 곁으로 다가간다. 하루에 학생을 천 번 만나도 천 번 절을 한다. 두 손을 모아, 마음을 담아 절을 하면 학생들도 따라 한다.

그래서 그의 수업 시간에는 "차렷! 경례!"라는 구호가 없다. '나들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나들문화는 나와 우리가 함께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며 더 좋은 꽃을 피우기 위해 보듬고 배려하고 가꾸어 가는 것이다. 덕을 쌓으려고 하니 비소로 이웃이 있다. 생명을 존중하니 생명 속에 희망이 싹트고 행복의 열매가 맺더라. 절멸위기의 두꺼비 서식지를 살려낸 원흥이마을이 좋은 사례다. 그래서 <얼음두꺼비의 노래>라는 시를 쓰고 시집을 냈다.

그는 예술과 철학과 사랑이 물결치는 문화학교를 빚고 있다. 문화가 큰 사람을 만든다는 사실은 역사가 웅변하고 있지 않던가. 백범 김구 선생, 단재 신채호 선생도 문화강국을 외쳤다. 학생들과 함께 하다보니 선생의 품보다 학생의 품이 더 크고 깊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은 경직되고 고착화돼 있지만 아이들은 유연하고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꽃들도 사람들도 함께 피고 함께 웃고 함께 걸을 때 아름답다. 덕을 쌓아가는 노정이 삶일 터인데 생각해보면 이 모든 극적인 순간이 '덕분'이다. 나 홀로 일군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가족과 이웃과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생명의 덕분이다. 내가 고개 숙일 때 내 몸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절 할 때 두 손을 모으는 행위는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나 자신에 대한 겸손의 몸짓이다.

섬동 선생은 학교에서 새날 문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바른말 하기, 자성록 쓰기, 문화와 함께하기, 아이들의 끼와 재능을 키워주기….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을 안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갖다왔다. 헌혈운동과 헌형증서 기부운동도 전개했다. 탈북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을 돌보는데 힘써왔다. '덕분' 뱃지를 수천 개 만들어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변광섭 에세이스트
변광섭 에세이스트

그날 <오래된 밥상>이라는 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시는 기어코 밥이다"라는 사인이 지금 막 솥단지에서 퍼 온 밥알처럼 싱싱하다. 대지를 딛고 일어서 대지와 함께 대지 속에서 자란 쌀이 자신의 온 몸을 바친다. 죽음의 밥이 사람들에게 생명이 되고 희망이 된다. 죽음으로써 새 생명이 탄생하는 기막힌 운명을 존중한다. 밥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에게 시와 교육과 밥은 하나다. 함께 걷는 길, 함께 나누는 길, 함께 보듬는 길이다. 이 모든 것이 극적인 아름다움이고 앙가슴 뛰는 삶이다. 불멸의 향기다. 교육에 답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김병기 선생이 모델이다. 진정한 희망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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