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뉴시스
검찰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청와대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엊그제 검찰로 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촉발된 '민간사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검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민간인 신분이자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사찰했다는 내부 폭로가 결정적이었다. 김태우 수사관은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박 전 센터장에 대한 첩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지시한바가 전혀 없다고 밝혀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집권 중반기를 맞아 국정 운영 동력을 이어가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에 악재가 돌출돼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청와대 내 일부에서는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로 이번 의혹을 해소하는 게 오히려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역대 정부의 민간인 사찰사건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의혹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혹시라도 적당히 덮는 식으로 수사한다면 가뜩이나 불신을 받는 검찰의 위상은 추락할 수도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정부의 '십상시 문건' 파문이 불거졌을 때 "문건에 근거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비난하고 화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에게 죄송스러워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했지만 지금 청와대는 다르다. 조국 민정수석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나 사과는 커 녕 최근 페이스북 계정 프로필 사진을 바꾸면서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며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남의 티끌은 무섭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들보는 정당화한다.

하긴 '내로남불'은 이 정권의 전매특허다. 국정교과서 실무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정부가 주식 한 주도 없는 포스코 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 의혹, 공영방송에 대한 노골적인 인사 개입과 신보도 지침, 탈원전으로 인한 국익 손실등은 또 다른 적폐다. 특히 이 정권은 지난해 7월 박근혜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알린다'고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민간인 사찰을 밝힌 김 수사관을 공무상 기밀누설로 고발했다. 민간인 사찰에 대해선 강하게 부정하면서 6급 수사관 고발로 맞불을 놓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리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날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검찰이 이번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검찰은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사찰 의혹은 언제든 정쟁(政爭)을 불러일으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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