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허경희 충주남산초등학교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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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는 교실이 들썩인다.

"첫 번째로 인사하기♬, 친구 얘기 들어주긴 두 번째♬, 세 번째엔 진심으로 맞장구치기(그래 그래)♬, 그 다음에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는 네 번째 ♬ 하고픈 말 빨리하고 싶지만 조금만 기다려요. ♬ 하하하하 눈빛 웃음 주고, 그래그래 마음 깊이 이해하고, 맞아 맞아 진심으로 나누다 보면♬, 정말 정말 내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가득♬, 친구가 되는 제일 멋진 방법은 마음으로 들어주기♬ "

'친구가 되는 멋진 방법' 이라는 노래로 창작 동요제 수상곡이자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수업 시작송이다. 저학년 동요인 것 같지만 친구가 중요해지는 고학년 아이들도 노래를 부를수록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고 좋아한다. 특히, "친구가 되는 제일 멋진 방법은 마음으로 들어주기♬ "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 듯하다. 이 부분은 함께하는 참여형 수업을 위해 교사들에게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지난해 공개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주인공의 마음 알아보기' 라는 주제로 감정 나누기 활동을 하던 중에 어떤 친구가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난 엄마가 툭하면 나 때문에 속상하다구 해서 가출하고 싶었어"라며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난 3번이나 가출했었잖아.", "우리 엄마는 나 때문에 못 살겠데." 3학년 아이들의 거침없는 감정 나누기가 이루어진다. 여기에 "○○는 많이 속상했겠다.", "선생님도 그런 마음 들었던 적 있는데.", "○○말 때문에 슬펐겠구나." 등으로 이어지던 교사의 감정 읽어주기.

'가출'이라는 3학년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단어까지 써가면서 속상했던 마음을 드러낸 친구와 그 마음을 함께 나눴던 친구들, 그리고 그 마음을 읽어준 교사로 인해 따뜻한 수업이 되었던 것 같다.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더 절실히 느끼고 있지 않을까?

교사 연수시간에 공감대화카드를 가지고 감정을 나눠보는 시간이 있었다. 감정카드에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카드를 뽑아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해주는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제일 선배이신 C교사가 지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 "오늘 갑자기 전학을 간다는 아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게 되었어요. 갑자기 전학 얘기를 하는 이유를 여쭤 보았더니…. 어머님이 말기암 판정을 받으셨다는 거예요. 남은 시간 시골에 가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시골로 전학 가서 적응할 아이를 걱정 하시면서 우시는 거예요. 수업이 끝난 후 아이와 작별 인사를 하면서 한참을 안아주고 보냈는데 여기 연수를 와서도 자꾸 생각이 나네요."

C교사의 이야기에 말없이 함께 눈물을 짓는 교사들이 있어 공감 수업을 제대로 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동료 교사로서 또는 엄마로서 정말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상황이었던 것 같다. 각자 가지는 감정과 바람을 C교사께 카드로 전해드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의 일 같지 않고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교사의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함께 마음을 나눌 따뜻한 동료 교사들이 있기 때문에 힘이 난다.

허경희 충주남산초등학교 수석교사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일상이거나 아픔이었던 일도, 서로 소통하고 공감해줌으로써 존재감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 "마음으로 들어 주는" 바로 이것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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