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충남도 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박하승 박사

우리네 조상들은 꽃을 보는 즐거움으로 그치지 않고 인간과 비유해 문학적 의미를 부여했고 생활에 두루 활용했다. 특히 명절때 입는 색동저고리를 비롯해 두루마기, 버선, 다식판 등에 다양한 꽃문양을 넣어 영화(榮華)와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국화는 일찍이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지칭되어 왔다. 원산지는 중국이란 설과 한국에서 자생하는 '감국'이라는 설도 있다.

선조들은 국화가 강직하고 고결한 꽃으로 여러 꽃들과 피고 지는 것을 함께하지 않고 서서히 기운을 모아 흩어지지 않게 하고 억지로 정기를 조장하지 않으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성취(꽃이 개화)되기를 기다린다하여 군자에 비유했다. 너무 이른 성취를 경계하는 마음, 국화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또한 관련 속담으로 '짚신에 국화그리기'란 말이 있다.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화려하게 꾸미는 게 천하고 당치 않을 때 이를 비유하는 것으로 국화이미지가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이처럼 국화는 오랫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화훼이면서 세계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3대 화훼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는 정체된 상태이다.

최근의 화훼산업은 유망 성장산업으로 인식됐으나 수출 감소, 생산비 증가, 경기 침체, 그리고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그 규모가 축소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2005년 1조 105억원에 달했던 생산액은 2017년 5천 657억원으로 급감했고 농가수 또한 동 기간 1만2천859호에서 7천421호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화훼는 저율관세로 대부분의 품목이 비교적 수월하게 수입이 가능해 수입액이 2만8천845천달러에서 2017년에 6만5천361달러로 급증하면서 국내 화훼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국화를 생산하는 농가나 단체에서는 국화를 한정된 용도가 아닌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꽃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수시장을 넓히거나 틈새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나 일반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국화라는 문화콘텐츠 창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충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에서는 82.1ha의 국화재배 면적에서 틈새시장 창출을 위해 2018년부터 매주 5천본씩 일본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꽃수요기는 8월과 9월로 고온기에 꽃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화훼연구소에서는 10년여년 동안 고온재배 안정성 신품종 국화를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동경에서 매년 개최되는 IFEX(국제화훼박람회)에 참가해 국산 국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박하승 박사
박하승 박사

러시아는 3월 여성의 날에 꽃소비가 가장 많고 11월 스승의 날과 어머니 날에 꽃소비의 성수기이다. 대중적으로 판매되는 품종의 기호성이 우리나라와 비슷해 수출국으로 적합하다. 2018년에 러시아 바이어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고 여성의 날에 꽃 선물을 못 받으면 여자로 취급 못 받는다는 설이 있는, 꽃이 일상 생활이 된 러시아를 향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농업계 전반 그 중에서도 화훼 관련 전공인력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국가연구기관에 투자를 집중할 필요성이 높다. 화훼분야는 국가의 문화수준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농업분야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와 국가농업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전문가 네트워크의 운영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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