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정구철] 기해년 황금돼지해가 밝았다.

지난해 충주시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충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제 13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충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도 거뒀다.

6·13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길형 시장은 충북선철도 고속화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가장 앞장서 주장하며 충북 중북부 자치단체장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정치력도 보였다.

시는 정부의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역동적인 모습과는 달리 일부에서는 불합리한 시정운영으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채 해를 넘겼다.

논란 속에 개장한 충주라이트월드는 심한 경영난으로 시에 내야 할 임대료조차 체납하고 채권자로부터 시설물이 압류되는 등 악화일로다.

여기에 일부 상업시설에 대한 불법 전대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 급기야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작 중요한 점은 이미 이같은 일이 충분히 예견됐었다는 점이다.

시가 의욕적으로 설립한 충주 중원문화재단은 파행적인 운영과 사무처장의 전횡 등이 도마 위에 올라 언론과 시의회가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시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오히려 재단 운영을 논란의 중심에 선 사무처장에게 힘을 실어줘 언론과 시의회의 지적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는 집행부의 이같은 자세를 강하게 질책하며 집행부가 상정한 충주 중원문화재단의 관련, 내년 당초예산 중 절반 정도를 삭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는 지난해 반려동물보호센터 위탁운영자를 공모하면서 자격조차 안되는 응모자를 위탁운영자로 선정해 물의를 빚었다.

시는 일부 공무원들을 징계하는 등 스스로 공모과정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잘못된 절차를 거쳐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사람은 아직까지 센터 운영을 맡고있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행정집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행정기관의 신뢰마저 의심케 하는 사안이다.

충주시의회는 충주시가 제출한 새해 당초예산안 9천338억 원 가운데 152억9천300여만 원을 삭감했다.

역대 예산 삭감폭 가운데 최대 규모다.

조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의회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시의원들을 찾아가 사정하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 예산 삭감이라는 수모를 겪고 자존심을 구긴 조 시장의 입장은 어느정도 이해되지만 시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

예산확보 노력을 '사정'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면 예산 확보를 위해 시의회에서 밤샘농성이라도 하며 시의원 설득에 나서야 하는 것이 자치단체장이 보여야 할 모습이다.

만약 시의원 설득 노력이 필요없을 정도로 중요치 않은 예산이었다면 시의회에 상정조차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해 일을 못하겠다"고 시의회를 탓하기 전에 조 시장을 비롯한 충주시청 간부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과연 어느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곱씹어봐야한다.

선출직 단체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은 시민들을 위해 존재한다.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는다면 그들 스스로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옳은 지적을 받아들이는 것은 큰 지혜다.

새해의 도약을 다짐하기에 앞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지난해의 시정운영을 되돌아보고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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