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딸의 취학 통지서를 받았다. 학부형 경험이 먼저 있었던 직원언니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커가는 과정이려니 생각하고 유난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 예비 소집일에 참석해서 교실을 둘러볼 때까지도 예전과 달라진 교육환경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시골학교에서 청주로 전학을 왔을 때 한 반의 학생수가 60번대까지 있었다. 인근 율량 초등학교가 개교하기 전까지 일정기간 동안 오전반, 오후반을 나눠서 등교하던 기억까지 있었다. 딸아이가 다닐 학교 1학년 교실의 사물함 개수를 세어보니 20개 남짓이었다. 잘 정리된 교실 환경에서 새롭게 적응할 딸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비해 짧아진 하교시간 때문에 방과 후 돌봄 교실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걱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는 3순위 지원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선발인원도 적었고, 운영시간도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니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었는데 들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가 되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학원을 여러 곳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교문 앞에 즐비한 학원 관계자분들이 나눠준 전단지를 받고 보니, 맞벌이 가정에게 학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아서 씁쓸했다. 학원에서라도 잘 돌봐주신다면 너무나도 감사할 것 같았다.

뒤돌아보니 일하며 육아하기 8년차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임신과 출산 후 육아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만삭에도 첫째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뛰어야했던 출근길, 종종 아플 때마다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마음 졸였던 일, 육아방식에 대한 견해차로 남편과 다투기도 하고 육아와 가사라는 협업 작업을 이끌어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두 부부의 힘만으로는 육아를 오롯이 할 수 없었다. 첫째아이는 친청 엄마의 도움으로, 둘째 아이는 번갈아 가며 남편과 육아휴직을 했다. 남편은 회사 내에서 첫 육아휴직자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6개월을 버텨냈다. 우리 집 상황은 그나마 나은 것 같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이후에는 퇴직하신 시아버님의 도움으로, 퇴근하시고 우리 집으로 오시는 시어머니의 수고스러움까지 더해져서 육아가 이뤄지고 있다. 등골 휘는 황혼육아란 기사제목만 봐도 언제까지 이렇게 부모님들께 기대어 육아를 해야 하나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부모님들의 노후를 우리 아이 키우는데 할애하게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도 남편과 얘기 나눌 때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는 아이들이 조금 크니 마음속에 휘몰아치던 갈등도 잦아들고 양육에 대한 절충점이 찾아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퇴근길에 엄마를 반기는 아이들의 웃음과 열렬한 환대, 사랑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예비 학부모가 되니 지금까지 무탈하게 커준 천방지축 딸에게도 고맙고, 아이의 첫 시작은 부모에게는 크나큰 기쁨인 것을 알아가게 된다. 새로운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 커갈 딸아이의 모습이 기대되는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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