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정연정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대학교 다닐 적에 잠깐 떠나 있던 것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청주로 이사온 후 쭉 이곳에 살고 있으니 이제는 청주가 태어난 고향보다도 더 고향 같은 곳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직장을 잡은 것도 마침 청주였으니 한 동네에서 참 오래도 살긴 살았다.

경제를 전공했다고는 하나 그것도 말뿐이고 재테크에는 지지리도 재주가 없어 직장 잡고 결혼한 후에도 20년을 넘게 전셋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그런데 전세 2년은 어찌나 빨리 오는지 이사갈 때가 되어서 짐을 싸다 보면 지난 번 이사할 때 풀지 않았던 짐을 그대로 다시 싸서 옮기곤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이사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 져 아파트를 장만하기로 굳게 마음먹고 집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맘에 드는 아파트는 내 형편에는 너무 비쌌다. 수없이 발품을 팔다가 겨우 구한 아파트가 지하주차장도 없는 청주에서는 꽤나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였다.

이제 2년마다 이사가야 하는 부담감은 덜었는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당장 주차문제가 너무도 심각하게 다가왔다. 아파트 입주 때부터 은퇴한 후까지 사는 분들이 많아 아파트 관내 주차장은 거의 하루 종일 만차 수준이었다. 그러니 통상 늦은 퇴근을 하는 편에 속하는 나로서는 인근 골목, 길 건너 산 아래 동네, 그것도 어려우면 아파트 바로 옆 차량이 통행하는 2차선 도로에 주차를 해놓곤 했다.

그러던 지난 해 5월부터 아파트 쪽 주차단속을 오전 7시 30분부터 한다는 플랙카드를 아파트 소공원에 붙여 놓았다. 그 이후 도로에 추차를 할 경우에는 상가 쪽에 일방 주차를 하여 한동안 차량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 와중에 어느 날 갑자기 '과태로 부과대상 자동차' 안내문이 자동차 앞 유리에 붙어 내용을 문의한 결과, 10월부터 도로 양쪽을 모두 단속한다는 플랙카드를 붙였고, 또 오전 8시경부터 3-4회에 걸쳐 해당단속지역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 계도 경고장을 붙였다고 단속직원이 확인해 주었다.

그러다 과태료 안내장이 붙었고, 그 내용을 구청 건설교통과에 문의한 결과 1회가 아닌 2회 단속이 되었다고 한다. 더욱이 과태료 안내장은 1번 밖에 붙어 있지 않았는데 두 번 단속이 되었다니 혹 떼려다 혹 붙인 기분이 되고 말았다.

한편 경험상 5월 이후 한쪽 면 주차 계도 후에 점차 출근시간에도 교행에 거의 문제가 없을 상황이 되었는데 갑자기 양쪽 다 주차단속을 한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 그 이유를 물어 보니 누군가 한쪽 면이 양쪽 면 단속해야 한다고 민원을 넣었다는 실무자의 전언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시 한쪽 면 주차를 해도 출근길 통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당연히 한쪽 면만 단속해야 한다고 민원을 넣으면 다시 한 쪽면 주차로 제도가 바뀔 것인가?

정연정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br>
정연정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더욱이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수십 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여서 지하 주차시설도 없고, 또 최근 젊은 층들이 이사 오면서 차량대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나서 가까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가구당 2대꼴로 주차공간을 확보해 준다는데 빗을 내서라도 그런 아파트로 가서 주차 스트레스에 대한 근원적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 그것또한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학교 옆 골목에서 차를 끌고 주차단속중인 도로로 나오니, 아직까지 단속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몇몇 대가 양쪽 면에 여기저기 주차되어 있었다. 언젠가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될 것이고 그 차량이 떠난 자리에는 단속구역이라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또 새로운 차가 주차되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차를 머리에 이고 다닐 수도 없고 어찌하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나에겐 요즘 화두인 남북평화통일보다 더 지난한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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