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시스

좀처럼 근절되지 않은 채 우리사회를 좀먹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이 시행된지 벌써 한달여가 훌쩍 지났지만 아직 그 효과가 사회 전반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건수를 비교해 살펴볼 정도는 안되지만 최근의 음주운전 적발 사례를 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매일 발생하는 사건사고에서 여전히 음주운전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도 끊이질 않는 것을 보면 윤창호법이 만들어질 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부산 부산 해운대에서 전도가 유망한 젊은 청년이 만취 운전자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인명피해 발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18일부터 피해자 사망시 최대 무기징역을 처할 수 있도록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하지만 윤창호법의 또 다른 한 축인 음주운전 기준을 대폭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은 오는 6월25일부터 적용돼 현재로서는 반쪽짜리인 상태다.

이 와중에 연말연초 벌어진 음주운전 상황을 보면, 서울에서 윤창호법 1호 연예인이 나오고 부산, 경기, 경북 등에서도 눈에 띄는 음주운전 사례가 발생하는 등 지난해에 비해 별반 나아지질 않고 있다. 이처럼 온 국민의 분노와 안타까움 속에서 윤창호법이 만들어졌음에도 음주운전의 폐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충북에서는 경찰관들의 음주운전이 불거졌다. 음주운전 단속은 물론 이를 근절하는데 앞장서야 할 경찰관들이, 그것도 간부급들이 새해들어 잇따라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것이다. 한마디로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된 셈이다.

최근의 음주운전 적발 사례를 보면 상습적인 경우가 많고, 방조행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3년간 세차례나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부산의 운전자나, 음주운전 집행유예중에 또 적발돼 음주운전 단속만 다섯번 걸린 경기도의 30대 남자 사례를 보면 상습반복 양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속도로 운행 화물차 기사 등을 상대로 휴게소 인근에서 술을 판 식당업주가 음주운전 방조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따라서 음주운전 단속도 단순 적발보다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쪽에 힘을 실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경찰들의 음주운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윤창호법 등 처벌강화와 지속적인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독버섯처럼 음지에서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음주운전에 대해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들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와 함께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 방침을 밝혔지만 실추된 경찰의 위상은 어떤 방법으로도 되세우기 어렵다. 특히 단속 주체가 돼야 할 경찰이 음주운전의 멍에를 뒤집어쓴 채로는 상습과 방조라는 새로운 음주운전 단속 전선에서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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