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여성·문해 어르신이 엮은 글 '책 한권에'
다문화 여성·문해 어르신이 엮은 글 '책 한권에'
  • 이지효 기자
  • 승인 2019.01.08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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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 수필이 흐르는 강, 도란도란 내 마음의 둥지, 고향의 까치밥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진천지역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주부들, 특히 다문화 이주여성과 문화 어르신들이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시와 수필로 써낸 글이 책으로 엮어졌다.

# 평범한 주부들이 피운 글 꽃

먼저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 회원들이 2018년을 마무리하면서 '일곱 빛깔 수필이 흐르는 강(제4집)'과 '내 마음의 둥지(중국어병행)', '내 마음의 둥지(베트남어 병행) 등 3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에는 글을 배우고 싶은 지역 주민들과 진천으로 시집온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 함께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베트남과 중국에서 시집온 이주여성들을 위한 베트남어와 중국어로 병행된 책까지 발간된 점이다.

이는 충북문화재단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라는 프로그램으로 지원 받아 이뤄진 성과다. 다문화 가정을 포함한 평범한 일반 주부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수필쓰기를 통해 다양한 문화적 소통을 이루고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내 마음의 둥지'는 다문화 가족이 자국어로 번역된 삶의 이야기를 고향의 부모 친지, 친구들에게 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됐고, 한국인에게는 그들의 속내를 보여줌으로써 정서적으로 진정한 아우름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공부와 한참 멀어져 있던 주부들이 뒤늦게 펜을 들면서 새로운 꿈을 꾸며 도전도 서슴치 않았다. 이들 중 중국출신 박명화씨의 경우 초등과정부터 고등과정까지 검정고시를 치루고 올해 우석대학교에 입학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삶에 부풀어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 프로그램은 2015년 3월 문화예술 저변확대의 일환으로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지원센터의 지역특성화사업 공모에 선정돼 올해로 4년째 진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수필 강좌 및 지역문화재탐방, 영화감상, 문학기행 등 활동을 통해 문화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25명의 회원이 참여해 도란도란 삶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소통하고 있다.

이들을 지도하는 김윤희 강사는 "수필이야말로 진정한 마음의 빗장열기"라면서 "수필을 통해 속마음을 풀어냄으로써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보듬어 갈 수 있는, 진정한 문화적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 문해 할머니들의 글로 맺은 열매

진천군평생학습센터 진천군문해교육사회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특히 올해 처음 한글 글방을 연 장대마을에서는 '고향의 까치밥' 이란 제목으로 장터사람들의 이야기집을 엮어냈다. 한 학습장 단독으로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김윤희 강사는 "한글을 배우면서 가슴 속에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던 속내를 풀어낸 것을 보니 뭉클한 울림이 온다"며 "떨리는 손으로 글을 써 나가는 용기가 눈물겹고 어르신들의 상황이 가슴 절절하게 와 닿는다"고 밝혔다.

'고향의 까치밥'에는 이재홍 노인회장을 비롯해 이주순 반장과 9명의 어르신들의 글이 실렸다.

모두 몰랐던 글을 배워 감격적이고 글을 배워 좋다는 내용이지만 그 표현은 모두 달라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

김일하 할머니의 '손이 벌벌벌'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안되네

똑바로 내려 긋는데

손이 벌벌벌 떨린다

공부 못한 게 내 죄인가

글씨가 구불구불

내 인생을 닮아 가는지

지렁이가 기어간 것처럼

자꾸 구부러진다

에구,

1학년짜리만도 못하네

헛웃음이 나온다

글을 배우지 못한 한(恨)과 그 말못한 세월들이 글에 녹아있다.

박대순 할머니는 "이제 내이름은 눈 감고도 쓴다"며 "지난번 선거홍보 우편물에서 생전 처음 내 이름을 보고 감격했고 난생 처음 후보들의 선거물을 펼쳐보기도 했고 농협에 가서도 내 이름을 직접 쓸 수 있어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강사는 "어르신들이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기다려진다고 할 때 보람있다"며 "부모님과 자식을 위하느라 평생 자신은 가꾸지 못한 어르신들, 속적삼 열듯 가만가만 속내를 풀어내셨다. 나이를 먹는다는건,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그간의 마음을 담아주신 우리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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