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상현 제천소방서장

세밑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떠올리는 단어들이 있다. 달력 한 장을 아쉬워하고, 세월의 흐름을 비로소 처음 안 것처럼 탄식을 반복한다. 겹치기 망년회 일정과 술자리-선택의 연속. 모임이 많을수록 지위가 올라가고 보이는 듯 하고, 없어서 외로워지는 이상한 현상…. '우리 인생 분주로구나'하는 유행가 가사가 딱 맞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새해가 왔다. 어제와 똑같은 시간이지만 사람에게는 시간들을 쪼개고, 구분지어 새롭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지혜가 있다. 새해는 지난 시간 어수선하게 거미줄처럼 엉켜 마무리 되지 않았던 많은 일들을 일순간 다 걷어내고 흰 백지 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준다. 비록 작년에도 똑같이 했을지언정 단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개인이나 사회가 한 걸음 더 나가는 발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그 변화와 발전 하나하나가 모여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얼마 전 유명 배우가 쓴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다. 10만보를 걸어야 할 때도 한 걸음만 떼면 걸어 진다. '몸에 익은 습관은 불필요한 생각의 단계를 줄여준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루틴(routine)이라는 말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을 일컫는다. 테니스 선수의 서브동작이나 야구 선수가 타석에서 하는 일련의 동작들로 이해하면 쉽다. 우리 말로 '습관'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을 뜻하는 '관습'이 있다. 새해에는 이 단어들을 마음에 새겨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뜻 깊은 새해맞이가 되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스스로 행동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면 어떨까? 아침 기상 알람 시간을 10분 당겨 일어나기,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 하기, 신문 사설 한편 베껴 쓰기나 마음을 감동시켜 줄 시 한 줄 외우기, 신작 상영영화 보고 얘기 나누기, 영어나 중국어로 하루 한마디 말하기 등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찜찜해지는 그런 루틴.

루틴이 꼭 뭔가를 성취하기 위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희망 루틴도 있다. 변화무쌍하고, 재난사고가 빈발하는 현대사회에서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개인적인 습관도 필요하다. 건물 지하에 들어갈 때는 비상구나 소방시설의 위치 먼저 확인하기, 화재나 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 생각하기, 사소해서 자신도 모르게 무시했던 규칙도 무조건 지키기, 예를 들면 정지선, 일단정지, 제한속도 30㎞, 최고속도 100㎞, 주·정차 금지 등등.

김상현 제천소방서장.

너무 세세하게 많은 규칙들이 있다 보니 꼼꼼하게 챙겨서 알고 다 지킬 수 없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몰랐던 것을 알고서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 습관도 필요하다. 개인적인 올바른 습관들이 쌓여서 '사회 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으로 관습화 될 때 사회는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당장 내일 나부터 이렇게 하자. 건물에 들어 갈 때 소방시설의 설치와 안전에 관한 안내도를 확인하자. 없으면 요구하자. 그러면 건물 관계인은 안전시설을 꼼꼼하게 설치할 것이고, 관리자는 타석에 선 야구선수처럼 모든 일에 앞서 시설들을 둘러보고 체크하는 루틴으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될 테니까. 학교 앞 제한속도도 꼭 지켜보자. 그런 습관이 관습처럼 자리 잡는다면 뒤따르는 차들의 경적 소리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게 될 테니까.

새해에는 새롭고 올바른 습관들에 집중해서 몸에 익혀 스스로 반응할 수 있는 다짐들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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