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태영 스피치지도사, 심리상담사

다니던 운동센터에 강사가 교체되었다.오랜 경력의 실력자라는 신입강사의 프로필을 전해 들으니 내심 기대가 되었다. 첫 수업이 시작되고, 60분 동안 베테랑 강사다운 열정이 회원들에게 오롯이 전달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자세를 지도해주고 수업 후에도 시간을 할애해 회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곤 했다. 이것만 보면 그녀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강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필자에게 불편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호칭이다. 강사는 여자 회원에게는 언니,남자 회원에게는 오빠라고 불렀다. 그녀의 나이는 50대 초반 정도이고, 회원들의 연령대는 30대에서 50대 정도이다. 물론 친근감의 표시로 부를 수도 있지만,이곳은 친목모임은 아니기에 그녀가 언니라고 부르면 부담을 넘어 약간은 거북스러웠다.

몇 해 전,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교육생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수업 첫날부터 J는 함께 수업을 듣는 교육생들에게 먼저 찾아가 통성명을 하였고, 그다음부터는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며 안부를 묻곤 했다. 모두들 J를 좋아했고, 그 덕분에 과정 내내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J와 따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필자가 다소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보았다. 혹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수료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J는 "사실 저 엄청 소극적이고 소통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한 모임에 나갔다가 어떤 분이 제 이름을 불러주며 이것저것 정보도 주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거예요. 근데 그분은 모임에 나온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며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더라고요. 저는 그저 그분 따라 해 본 것뿐인데, 달라진 게 있어요. 제 주변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고 저를 좋아하는 사람도 생겨났다는 거죠.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는 것, 소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J는 이론적인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실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천하고 있는 소통인으로 변화되었던 것이다.

노태영 스피치지도사, 심리상담사.

며칠 전, 센터 밖에서 예전에 지도해주던 A 강사를 만났다. 태영 씨, 요즘 몸은 좀 어때요. 목 디스크는 괜찮아졌어요. 빠지지 말고 다녀요. 훨씬 좋아질 거예요 필자의 몸 상태까지 기억하며 전하는 안부 인사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 보니 A 강사는 회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며 지도해줬었다. 가끔 회원들의 짓궂은 질문에도 호탕하게 웃으며 유쾌하게 화답하곤 했다. 회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개인 사정으로 센터를 떠날 때, 회원들이 너무 섭섭해하며 쫑파티까지 열어준 걸 보면, A도 소통을 잘하는사람이었던 것이다.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의 여러 성공비결 중에도 상대방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라는 말이 있다. 그는 상대방의 이름을 섣불리 취급하지 않고 늘 존중해주었다고 한다. 카네기는 과거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기업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파업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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