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가해자의 소심한 변명
층간소음 가해자의 소심한 변명
  • 중부매일
  • 승인 2019.01.0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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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모두들 바쁘게 살다보니 열 일 곱 명이나 되는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다. 이사를 핑계로 연말에 가족들을 초대해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즐거운 수다가 한창이었는데 느닷없이 층간 소음 민원이 제기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오후 4시 반쯤, 네 살짜리 쌍둥이 조카가 도착한지 정확히 20분 만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유난히 깐깐해 보이던 아래층 아저씨의 얼굴이 스치면서 너무 심하다 생각이 들었다. 낮 시간이었고 모두 모인지 3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바로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큰 충돌은 없었지만 손님들에게 너무 민망한 시간이었다.

가족들도 아파트 생활을 하는지라 모두들 이해해 주었지만 당연히 송년회 주 화제는 층간소음 문제였다. 30분 만에 전화하는 건 아랫집이 너무하다는 둥, 소란을 피운 사람이 잘못이라는 둥,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는 둥 여러 의견이 많았다. 쌍둥이 엄마는 오히려 죄송하다며 내게 여러 번 사과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분위기가 깨진 것 같아 몹시 화가 났지만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내 탓이라 여기며 떨쳐버렸다.

사회복지사로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사회복지'를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사례 중 하나가 층간소음 문제다. 이웃 간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도록 가르치는 그 과목에서 층간소음만큼 좋은 사례가 없어서다. 이제 생각해보니 세 군데 아파트 생활을 해오면서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쉽게 예를 들 수 있었지 싶다. 어느 동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등조정 위원회를 두기도 하고, 주민간의 화합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노력을 기울인다고 이야기 해왔다. 그런데 이제 문제의 당사자가 되고 보니 말만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닌 게 되버렸다.

층간소음과 관련된 정신적 피해보상, 이웃 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준을 찾아보니 주간은 5분간 측정 평균 55데시벨 이하, 야간은 5분간 측정 평균 45데시벨 이하로 배상 기준을 두고 있다. 50~60데시벨 정도는 조용한 사무실이나 조용한 승용차, 일반적인 회화 수준의 소음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합의모델도 제시한다. 1단계 아파트 공동관리규약(아파트 관리사무소), 2단계 환경정책기본법(이웃사이센터), 3단계 경범죄 처벌법(경찰서), 4단계 환경분쟁 조정법(환경분쟁조정위원회)까지로 단계가 정해져 있다. 관리사무소 민원제기나 직접 찾아가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 서비스(1661-2642)'를 통해 전화 상담을 받거나 현장소음 측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65%가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공동주택에 거주한다면 누구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으로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층간소음에 그만큼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사소한 소음도 이웃에겐 큰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음문제 해결이 안 되는 아파트를 지은 시공사 탓이든, 그렇게 짓도록 허락한 제도의 탓이든 이제 거주하는 사람의 몫이 되버렸다. 소리가 나자마자 득달같이 전화하신 아래층 아저씨의 아량에 아쉬움이 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먼저 양해를 구하지 못한 위층 사람의 부주의도 돌아볼 일이다. 이 일을 계기로 설날에 아래층에 선물세트라도 하나 걸어두어야겠다 다짐한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가끔 큰 소리가 날 수도 있지만, 늘 신경 쓰고 주의하며 지내겠습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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