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8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파업을 진행하면서 청주의 한 영업점 앞에 붙여진 사과문. / 이완종
지난 8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파업을 진행하면서 청주의 한 영업점 앞에 붙여진 사과문. / 이완종

국내 영업점 1천여개, 고객수 3천만명에 달하며 '리딩뱅크'라고 자처하는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8일 19년만에 파업을 했다. 인터넷과 자동화기기 등을 이용하는 고객 비율이 90%에 달해 점포에서의 혼란은 없었다고 하지만 대다수가 고령자인 객장 이용자들에게는 적지않은 불편을 주면서 기회비용 손실과 신용하락 등의 피해가 뒤따랐다. 노조가 내세운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이유는 '부당노동행위로 직원을 겁박한다'는 것이었는데 실제적으로는 임금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렬로 끝난 노사협상 테이블에 오른 쟁점 사항들을 보면 노조가 내놓을 만한 요구도 다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익배분에 따른 성과급과 임금피크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노조가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전처럼 월 기본급의 300%를 달라고 요구한 성과금이 유독 눈길을 끄는데 KB의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2조원을 넘어서 사상최대가 예상된다고 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많은 이익을 냈다면 박수받을 일이지만 이들이 지난해 번 돈은 사실 국민들이 주머니 바닥을 긁어서 낸 이자들이다.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돈을 놓고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인데 더 가관인 것은 지난해 은행 돈벌이 대부분이 주택담보 등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신용대출 등이었는 것이다. 국내 5대은행의 가계부채는 1년새 주택담보 27조원을 포함해 42조원 넘게, 개인사업자 대출은 19조원이 늘었다고 한다. 빚내서 집을 사야만 하는 대한민국 부동산 현실이, 잘못된 정책이 은행들의 배를 불린 꼴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해 온 은행들이 기업활동의 밑천을 대주며 경제활력을 높이는데 앞장서기는 커녕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었던 것이다.

KB를 비롯한 은행 등 제1금융권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억대에 이른다. 국내 월급쟁이의 최상위 몇%에 포함되는 몇 안되는 직업군이다. 이들의 파업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파업에 나선 노조 뿐만 아니라 회사측도 KB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500여명을 약간 웃도는 덩치에 걸맞지 않은 인력 채용도 그렇고, 연 1천억원 가량으로 수익에 비해 쥐꼬리 수준인 사회적 공헌도 그렇다. 그럼에도 노조는 이번 파업에 이어 설 연휴 직전인 이달말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많고 은행갈 일이 집중되는 시점이어서 그 파장은 꽤 클 것 같다.

사측 압박에 나선 노조로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협상카드'가 되겠지만 이로 인한 국민불편은 불보듯하다. 이럴 경우 이들에게 쏟아질 비난과 따가운 시선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 될 가능성 크다. 은행으로서도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며, 노조는 지난번 택시파업에 이어 이용·소비자를 볼모로 하는 강경 일변도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커져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최악 수준인 국내 소비경기에 수출전선도 경고음이 울리는 등 경제 전반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살겠다는 이들의 작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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