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2019년 기해년은 돼지해이다. 그것도 황금돼지해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맘때가 되면 다음해의 띠가 되는 동물들에게 성격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게 된다.역시 돼지해였던 12년전에도 복돼지해라고 하여 그해 태어나면 복이 많을 것이라고 하는 속설이 널리 퍼진 적이 있다. 이런 탓에 당시 출산율이 이전에 비하여 아주 높았었으니 비록 근거없는 속설이기는 하지만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속설에 대해 찬성하지는 않지만 한 해를 시작하면서 묵은 해를 보내고 새 해에는 좀 더 나은 삶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에 그러한 마음 씀이 결코 나쁘다고만은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지난해의 정치, 경제, 사회적 움직임과 대중들의 문화적 변동 등을 살펴 새로운 해에 다가올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해마다 한 해의 트렌드를 분석, 제시하는 '트렌드코리아 2019'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난 2018년 이 책에서 제시한 당시의 새로운 트렌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소확행, 가심비, 워라밸, 언택트기술 등등이다. 이러한 용어는 작년 이맘 때는 매우 낯설고 어려운 것이었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 보면 이미 우리 생활 주변에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들이다.

그러면 올해는 어떤 트렌드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끌어 나갈까? 물론 앞에서 언급한 책에서 제시하는 트렌드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한 트렌드를 구성하는 사회적 요건이나 구성원의 성별, 연령별, 전문성별로 각각 그것들을 대하는 느낌과 적응의 방향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하는 것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이 책만큼 일정한 변화의 방향을 잡아 주는 책도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의 트렌드를 이 책에서는 모두 10가지를 꼽고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간략히 소개한다.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앞으로의 사회는 자기연출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마찬가지이며, 자기 연출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컨셉으로 보여주느냐, 즉 어떤 주제와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연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전망을 한다. 우리는 개성이니 창의성이니 하는 말을 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자기 연출 즉 컨셉 연출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점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마을에 곳곳에 있는 카페도 다른 곳과는 좀 더 차별화된 자신만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건양대 정경일 교수
건양대 정경일 교수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가는 신 가족풍속도인 '밀레니얼 가족'의 등장이다. 이들이 가족의 중심에 들어서게 되면 간편식으로 표상되는 낯선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가족 집단의 등장에 주목해야 한다. 명절이 되면 한결같이 전을 부치는 기름 냄새가 나던 모습이 언제까지 남게 될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라는 새로움에 눈뜬 이들이 찾는 과거의 새로운 해석인 뉴트로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는 워라밸에 이어 근로자와 소비자 매너와의 균형점을 도모하는 워커밸(worker-customer balance)등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이 당장 우리들의 삶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사회 한구석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은 언젠가는 큰 물결이 되어 우리 사회를 흔들고 바꾸게 될 것이다.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시점에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는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송년회에서 마시는 한잔 술보다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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