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전문의] 11. 차정권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

차정권 충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차정권 충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들은 촉각을 다투는 사이 완치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완종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교통사고, 건설현장사고, 고층 낙상사고 등 중증외상환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촉각을 다툰다. 그러나 이들 중증외상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들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2017년 말 그동안 부족했던 시설 및 장비·인력 요건 등을 갖춰 '권역외상센터'를 개소했다. 이를 통해 외상환자들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1·2차 병원이나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3차 병원을 대신해 치료하고 있다.

차정권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이 센터에서도 '수부미세접합·재건'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이 수술은 우리 몸의 감각기관 5감중 촉각을 담당하는 손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진행하는 수술이다. 손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걷는 기능을 제외한 거의 모든 활동을 하는데 필수적인 부위로 외부환경의 가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다칠 수 있는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제조업의 비율이 높은 충북의 경우 공업단지 등에서 기계작업을 하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외상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들 외상환자에게는 사고 발생 직후 부터 경과시간에 따라 차후 완치까지의 기간이 결정된다.

차정권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들은 1~2시간 이상 걸려 병원을 검색해서 찾아갈 시간이 없다"며 "촉각을 다투는 사이에도 환자들의 완치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세접합 수술을 현미경을 이용해 신경과 혈관을 이어주는 섬세하고도 침착함이 필요한 고난이도 수술"이라며 "전문적인 교육과 더불어 풍부한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에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외상센터는 일반적인 응급실과는 다르다.

응급실이 다양한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방문한다면 외상센터는 낙상, 절단 등 중증외상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연쇄추돌사고, 건설현장 낙상사고 등 큰 외상과 결부된 환자가 내원하다 보니 이들은 의식이 없거나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이다.

따라서 외상센터 근무자들은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병원 내부에서도 속칭 '극한직업'이라고 불린다.

차 교수는 "통증이라는 '증상'은 진단을 내리는데 있어서 의사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과 같지만 중증외상환자들은 대부분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말이 없는 환자'를 대하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보아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꼼꼼히 검진하는 방법 뿐"이라고 토로했다.

진단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외상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외상센터에 소속된 다른과들과 유기적인 협동진료가 필수적이며 소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완벽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소문나 있다.

그럼에도 차 교수는 권역외상센터의 근무에 대해 강한 책임감과 열정을 보였다. 여기에는 '극한직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되지만 그 피와 땀의 결실이 크다고 차 교수는 설명했다.

차 교수는 "버류정류소에서 버스바퀴에 우측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할머니가 찾아왔는데 어떻게든 절단된 다리를 살리고 싶었지만 환자가 고령이고 손상정도가 심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결국 절단수술을 시행했는데 조금더 빨리 병원을 찾아오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달 정도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드렸고 지금은 병실에 갈 때마다 웃으면서 반겨주시는데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직업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차 교수는 "권역외상센터는 외과 의사가 기피하는 근무지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어려운 중증외상 환자가 몰리는 데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좌우명대로 늘 환자 한명한명과 만남을 한번뿐인 인연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지역의 의료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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