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꿈 5년간 노력해 결실… '생명지키는 일' 보람"

대한민국 최고의 소방관을 꿈꾸는 전성진 구급대원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대한민국 최고의 소방관을 꿈꾸는 전성진 구급대원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제 응급처치로 누군가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청주서부소방서 대응구조과 구급대원으로 활약 중인 전성진(29·소방교)씨는 아직 20대의 나이지만 5년간의 현장경험을 갖춘 대원이다. 어릴 적 119구조대라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처음 가졌다는 전 대원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의 진로를 소방관으로 정하고 한걸음씩 나아갔다.

"집이 지금 근무하는 소방서 근처라 출동 모습을 많이 보면서 컸어요. 그러다 수능을 치고 우연히 소방차가 연속으로 출동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어요. 쿵쾅쿵쾅 뛰는 소리가 난다고 하자나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죠."

이후 친누나의 권유로 응급구조학과를 알게 된 전 대원은 뒤도 안돌아보고 해당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전 대원은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남들보다 2~3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119구급대원은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어요. 전문성이 강한 만큼 부담도 컸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다 보니 자신 있었어요."

이론 공부와 더불어 응급실 실습을 통해 환자 정맥로 확보, 호흡 유지를 위한 기도 내 삽관, 환자 지혈, 심장충격기 사용 및 처치방법 등을 익힌 전 대원은 25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119구급대원으로 최종합격하게 된다.

"합격 소식을 듣고 수업시간에 들었던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구급대원'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어요. 학생이 아닌 대원이 되고나니 책임감이 한층 더 무거워진 거죠. 그래서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이후에도 기본적인 환자술기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아는 것과 처음 하는 것, 여러 번 해본 것, 수백 번 해본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까요."

이처럼 구급대원으로서 정신적·신체적 무장을 하고 실전에 뛰어든 전 대원이었지만 현장은 만만치 않았다.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가장 아팠던 현장이에요. 지난 2016년 충주에서 근무할 때 할머니와 손자가 강에 투신한 사건이 있었어요.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구급대원으로서 현장에서 대기했지만 두 분 모두 돌아가셨죠. 그때 7살짜리 손자가 인양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구급대원인 저로서도 그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후에 뉴스를 보니 가정불화, 생활고가 이유였어요. 저 어린 친구를 조금만 일찍 발견해서 내가 살릴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그때 트라우마라는 것을 처음 겪은 것 같아요."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사건사고 현장을 피할 수 없었던 전 대원은 현장 활동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대교 사건을 겪고 후회하지 않는 구급대원이 되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시키고 동료들과 토론을 통해 현장에서 효율적인 구급대원의 모습을 고민했어요."

전 대원은 현장에 갈 때마다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일지라도 초기 응급처치가 잘못되면 그 후 문제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되요. 재난현장은 항상 어수선하고 그런 상황을 통제·지배한 상태에서 올바른 처치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이처럼 전 대원은 구급대원 스스로 준비돼 있지 않다면 현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십 년 현장을 누빈 선배 소방관분들도 참혹한 상황을 마주하면 침착성을 잃을 수 있어요.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이고요. 또, 교대근무로 생활패턴이 일정치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다보면 피로도가 쌓이게 되요. 신체적으로도 완벽하지 않다면 부상 등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죠. 대원들은 모든 현장을 항상 최악의 경우로 놓고 출동하기 때문에 100%의 몸 상태 유지는 필수에요."

29살의 전 대원은 열혈소방관·청년소방관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릴 만큼 앳된 얼굴이었지만 구급대원으로서의 진정성은 누구보다 깊었다.

"사실 제가 소방관이 된 첫해부터 계속된 문제가 바로 인력부족이었어요. 단순히 사람을 늘려서 조금 더 편하게 일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소방관이 많으면 재난현장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거잖아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구급신고가 몰리는 날에는 청주에 있는 모든 구급차를 동원해도 부족해 증평, 괴산 심지어 충주 구급차량도 지원했던 적이 있어요. 어떤 현장에서 제가 누군가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갈 때 남겨진 또 다른 환자에게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져요. 예산이 부족하다 이런 말 대신 정말 진정성 있는 논의로 개선책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