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빙상계의 뿌리 깊은 폭력에 경종을 울린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코치의 무자비한 폭력에도 선수는 10여 년이 지나서야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상명하복' 문화의 스포츠계에서 이런 내용을 폭로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빙상계의 폭행사건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 라커룸 폭행사건, 2013년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 자치단체 실업팀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를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을 받았다.

또한 2015년에는 한 남자대표 선수가 훈련 도중 후배를 때렸지만 성적을 이유로 이런 상황이 숨겨졌고 내부적으로 무마하고 감추려고 애썼다는 비난을 감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만연한 비정상적인 사제 관계와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불렀고 선수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사건이 끊임 없이 재발한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일 것이다.

심지어 과거 선수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한때 러시아로 귀화한 남자 쇼트트랙 선수에게 관심이 일기도 했었다. 그 당시 이 선수가 국내에서 겪은 승부 조작 요구 및 폭행 사실을 폭로한 사연으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승부조작 요구 및 폭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왜 한국이 아닌 러시아 대표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힌 바 있다. 승부조작을 거부한 해당선수는 후배와 함께 선배에게 집합돼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비단 이종목뿐 아니라 다른 종목 스포츠계에서도 폭행사건은 비켜가지 않았다. 선배선수가 자신에게 맞은 일을 소문내고 다닌다는 이유로 후배를 폭행해 상해를 입혔으며 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번져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앞두고 희망과 기대로 넘쳐나야 할 올림픽 개최국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사실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스승과 제자, 선·후배 간의 폭행 사건이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다. 이를 해소코자 스포츠 인권강사를 육성해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대한체육회에서도 스포츠 인권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뿌리 깊은 위계질서 문화 때문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근본원인은 일부 선수들의 잘못된 스타 의식, 후배 교육시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꼽혔지만 "그동안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만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의 절대 묘미가 '승부'라면, 올바른 승부는 '공정'하고 '정당'한 과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스포츠 정신에 '폭력'이란 부품은 없다. 올림픽 2회 개최국이란 타이틀에 맞게 이제는 코치와 선수, 선배와 후배 모두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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