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변제 조건 고소 취하 요구
피해자들 "법적책임 회피" 비난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마이크로닷 부모 신씨부부가 지난 1998년 제천시 송학면 일대에서 발생한 '제천 축산농가 20억 원대 사기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제천경찰서는 신씨부부가 선임한 변호인이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고 사기 피해자들의 피해금액과 명단 등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실제 변호사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신씨의 조카 A씨가 피해자들을 만나 원금 변제 조건으로 고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 변제자는 신재호(마이크로닷 본명)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없이 책임회피만 하려한다며 합의를 거부했다.

신씨부부에게 사업자금 및 곗돈 명목으로 4천만 원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는 B씨는 "지난 12월 A씨가 찾아와 합의를 요구했다"며 당시 나눈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B씨는 "A씨는 내게 신씨부부가 가진 돈이 경찰에 고소된 피해액보다 적으니 먼저 합의를 보는 게 경제적으로 득이 된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미안하다는 얘기가 없어 신씨부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했냐고 물으니 그런 말은 따로 없었다고 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B씨는 '능력이 없으면 죄 값을 치르면 될 일'이라며 A씨를 돌려보냈다. 이후 한차례 더 연락이 왔지만 A씨를 만나지 않았다. 

1천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 C씨는 "A씨가 소액피해자를 만나고 다니며 합의를 하고 다니는 것 같다"며 "나를 비롯한 몇몇 피해자에게는 고액피해자들에 대해 악질이라 합의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고 A씨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아들자식(마이크로닷과 산체스)들이 다 죽어 가는데 다시 방송도 하고 해야 하지 않냐"며 "신씨부부도 힘들게 살았으니 죗값을 치른 셈이다. 합의해 달라고 A씨가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은 20여 년 전 원금만 배상한다는 태도에 분노하면서 합의는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관계자는 "변호사가 뉴질랜드에 있는 신씨부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변제와 관련된 부분은 피해자들로부터 들어 알고 있지만 변호사가 경찰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신씨부부는 현재 경찰의 조사를 거부한 채 잠적했다. 검찰은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이 언제 국내로 송환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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