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황정혜 청주 개신초

황정혜 청주 개신초.

"선생님, 이거 시험이예요?"

해마다 3월이면 학습지를 작성한 후 공책에 붙이라고 할 때마다 어김없이 물어오는 말이다.

아이들은 이것이 평가와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평가와는 별개로 부담없이 적어도 되는 것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아마도 학습목표보다 평가목표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평가목표를 가진 아이는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실패는 자신이 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자신감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기보다 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 쉬워서 다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문제, 내가 얼마나 잘하고 똑똑한지 보여줄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점수, 경쟁, 시험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평가목표적 상황에서는 재미와 도전, 즐거움은 없으며 누구나 쉽고 안전한 상황에 있으려 하고 아이 스스로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반면 학습목표를 가진 아이는 좀 어렵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고, 어려웠으나 더 재미있다고 표현하며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 상황에서도 낙관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실패는 자연스러운 배움의 과정이며 용기를 잃지 않고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게 된다.

스탠포드대학의 마시멜로 실험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만족지연능력이 성공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충동을 자제하고 만족감을 뒤로 미루는 일은 아이의 장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 높은 아이들일수록 정서지능이 더 높고, 공감능력이 더 우수하며 학습목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약한 아이를 괴롭힐 확률이 크고, 순간적인 충동을 조절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였다.

그래서 아이들과 도덕수업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도덕 수업시간에는 정답이 없어. 어떤 이야기라도 괜찮아. 너의 생각이 중요해. 질문을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구나. 지난 시간보다 이런 부분이 나아졌네. 오늘 했던 활동 중에서 어려웠던 것은 뭐였을까? 이번 수업시간을 통해 알게 된 점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수업시간마다 한다. 평가받지 않고 어떤 이야기라도 존중받으며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늘 말해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며 평가목표보다 학습목표를 가치있게 본다는 것을 말해 주면 처음에는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목소리가 작은 아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비칠까 걱정하는 아이들도 짝하브루타나 다양한 토론 활동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말하는 모습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부담감이 적잖이 줄어든 모양이다. 그렇게 아이들의 변화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어떻게 양육을 하느냐에 따라 새하얀 도화지에 얼마든지 멋진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구나 싶다.

앞으로의 사회를 짊어질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실패할 것이 두려워 시도해보지도 않은 채 피하지 말고 도전해보며, 실패와 좌절 앞에서 무릎 꿇지 않기를 바란다. 사소하고 미약할지라도 수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러니 "얘들아,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마음껏 떠들면서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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