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한인석 제천문인협회 회장

겨울은 추워야 제 맛 이라는 말이 있다.

내륙에 위치한 제천은 '제베리아'(시베리아를 빗대서 부르는 말)로 불릴 정도로 겨울이면 기상뉴스 시간에 자주 등장한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추위가 더 심했었는지, 옷이 허술해서인지, 살을 에는 듯한 혹한이 겨울 내내 이어졌던 것 같다.

그때는 겨울놀이가 얼마나 많았던가? 얼음썰매를 타다 얼음이 깨져서 무릎까지 물에 빠지면 불을 피워놓고 옷을 다 말려서 집으로 가야 했었다.

그냥 들어갔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옷을 말리다가 양말과 신발, 바지를 태우기 일쑤였고 고구마를 구워먹다가 집까리를 태우는 일도 허다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조금만 추워도 밖에 나가기를 꺼리다보니 의례 컴퓨터 게임이나 TV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저희들끼리 노는 또래 놀이문화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지나친 보호가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유난히 더 춥고 긴 제천에서는 추위를 잘 활용하여 겨울왕국을 만들었다.

도심공동화가 된 구 동명초등학교 부지에 야외스케이트장과 썰매장을 조성해 동심을 불러들이고 있다.

덕분에 거리가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

또 시내 문화의 거리에 겨울 벚꽃축제를 열어 화려한 빛을 이용한 벚꽃 조형물과 꽃길을 연출하고 LED조명을 이용하여 벚꽃터널을 조성해 놓았다.

한인석
한인석 제천문인협회 회장

여기서는 듀오가요제, 별별 페스티벌, 힐링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의림지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얼음성이 만들어 지고 얼음테마 전시와 얼음쇼가 펼쳐진다.

방에 만 있는 아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여 동심을 심어주고 건강을 챙겨주고 지역경제를 생각하게 하는 겨울, '추워서 더 즐거운 도시 제천'이 활력을 찾고 있다.

울산에서 30여년을 살다 명퇴해 고향 제천으로 귀향한 친구가 있다.

이사 온 후 겨울을 세번이나 보냈지만 아직까지도 적응이 잘 안돼 겨울이면 집 밖에 나오는 것이 두렵다고 하더니, 이제서야 어릴 적 추위를 이겨내던 몸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는가 보다. 알몸 마라톤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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