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충북 134, 세종 122, 충남 118, 15일 오전 9시 기준 충청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다. '매우 나쁨' 단계다. 충북의 경우는 매우 나쁨 기준인 76㎍/㎥ 이상의 최저 기준보다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자료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밖을 내다보면 가까이 있던 건물조차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태양은 붉은 달이 뜬 것 같다. 심호흡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지금 우리 사회가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먼지는 대륙의 사막에서 발생하는 황사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황사가 건강에 이로울리 없지만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장이나 교통, 건설현장의 중장비에서 내뿜는 배기가스와 연기가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해안에 밀집되어 있는 화력발전소의 배출가스가 큰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당진, 보령, 태안의 화력발전소 설비용량은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들 발전소의 초미세먼지 발생의 수도권 먼지 기여율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다는 감사원 발표가 있기도 했다.

우리의 미세먼지 발생의 국외적인 요인으로는 중국발 미세먼지인데 최근 중국은 자국 도시의 먼지 농도가 감소했는데도 서울의 먼지가 심각한 것은 서울의 먼지가 중국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억지다. 우리의 서해 바다에 있는 섬에서 측정한 먼지농도가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 증거다.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한 우리는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의 화력 발전소 분포도를 보면 우리와 근접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원자력의 위험을 걱정하고 현 정부가 탈원전을 주창하며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키고 있지만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해안을 따라 밀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그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은 지금도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고 파키스탄에 수출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중국의 원자력 기업 한곳이 우리 돈 170조원에 이르는 원전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노후된 화력발전소를 없애는 만큼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라는데 말이다.

원자력 발전소가 잘못되는 경우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저렴한 에너지 공급원이기에 그 달콤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화력발전소의 배출가스로 인한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당장의 문제로 우리를 두렵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걷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웅변한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이 이미 수천억 원이 투입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올바른 생각이다. 새로운 원전을 지금보다도 훨씬 안전이 확보된 수준으로 건설한다면 우리의 원전기술은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이고 덩달아 원전 수출로 지금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국민은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전기 요금이 저렴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화력발전소가 만드는 전기로 운행하는 전기자동차를 친환경이라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지자체는 전기자동차 구입비용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훨씬 많은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인 대형 트럭과 건설 중장비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부착 지원 등으로 대기오염 감소를 위한 직접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화물차의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불법조작을 단속하는 것으로도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등의 오염물질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가 걱정이긴 한데 참 난감한 일이다. 그래도 어쩌랴, 줄이려 노력하는 수밖에 별도리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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