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청와대 2기 참모진의 본격 가동과 함께 정부의 경제 올인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핵심어는 '경제'였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제'(35회) 외에 '성장'(29회), '혁신'(21회) 등이었다. 혁신성장에 의한 경제 재도약에 방점이 찍혔다.

혁신성장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의미한다. 기존의 추격형 경제모델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개혁의 힘든 과정을 견뎌야 한다. 지금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가능하다.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수출이 27%나 급감하고 그 전망도 밝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쉽지 않겠지만 해야만 할 일이다.

매년 초에 열려서 최신 산업·기술 트렌드를 점검하는데 유용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국내 한 경제일간지는 이번 CES 2019의 5대 키워드를 'MAGIC'으로 정리했다. 날고 걷는 차들의 진화 M(Mobility), 세상의 모든 것과 통하는 A(AI), 미래로 가는 고속도로 G(5Generation), 일상으로 들어온 똑똑한 I(Intelligent Robot), 서로 힘을 합쳐야 강해지는 C(Cooperation)가 그것이다. 마술 같은 혁신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행사였다.

이번 CES에 참가한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들이 스타트업 기업 존 '유레카 파크'에서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해 50여 개에서 올해 160여 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의 C랩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8곳 가운데 3곳이 혁신상을 수상한 것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프랑스 등의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소프트웨어(SW)' 중심 벤처기업인 반면 한국은 대부분 '제품(HW)' 중심 벤처기업이었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여전히 제조업 일변도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종교배, 합종연횡의 시대 조류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부각됐다.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신설 법인 동향에서 과거와 다른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1월 누적 신설 법인은 총 9만3798개로 전년 동기대비 4.6% 늘었다. 연령별 증가율 면에서 30세 미만 청년 창업이 11.6% 증가하면서 60대 이상 고령층(11.8%)에 이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태양광 관련의 전기공급업(49.7%), 전문·과학·기술 서비스(25.9%), 온라인과 모바일 관련 정보통신업(21.3%) 등에서 평균 11.6%를 크게 앞서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편 국내 한 경제일간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청년 글 78만 건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바꾸다, 만나다, 쌓다, 브라보, 배우다' 등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2011년 미국 오바마 정부는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를 통해 자유로운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을 미래 혁신의 주체로 삼은 바 있다. 영국은 '스타트업 브리튼'을 내걸었다.

인도에서는 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2015년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을 펼치면서 창업 열풍이 본격화됐다. '스타트업으로 인도를 일으켜 세우겠다(Start up India, Stand up India)'는 구호는 창업을 통해 인도를 바꿔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스타트업 천국이 되면서 빠져나갔던 인재들이 돌아오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 구글·애플 등은 창업 당시 성공을 점치는 사람이 없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성공방정식을 쫓는 대신 일탈적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생태계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의 변화가 체감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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