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연수원 교수

며칠전 일제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자산 압류를 신청한 데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압류를 향한 움직임은 매우 유감이다. 정부로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제법에 근거한 대응을 취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의 검토를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피력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 발맞추어 '독립운동의 산실', 경북 안동시 법흥동의 고성 이씨 종택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이 이제야 일제강점기 이전 옛 모습으로 복원·정비된다고 한다. 일제는 1941년 이 집을 절반 정도 훼손한 뒤 마당 한가운데로 중앙선 철도를 냈다. 이 이야기는 인기리에 종영한 한 종편 드라마에서 일제가 철도 공사를 이유로 조선 선비의 상징인 고사홍 대감의 집을 강제로 퇴거시키는 장면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져 전 국민의 가슴을 애닳게 한바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 친일파가 살았던 집이 문화재로 둔갑되어 유서 깊은 건물이라며 세금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어처구니는 뉴스는 전 국민을 아연질색케 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찾는 북촌가옥, 백병원 설립자가 마지막 소유자라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집을 짓고 처음 거주한 사람은 을사오적중 한명의 외조카로 '창씨개명'에 앞장선 친일파였으며 심지어 그의 친일 행적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고 해당 문화재 해설사도 그 상세한 설명을 꺼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며 정부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천여 명과 관련된 잔재물은 전국 수백 곳에 달하고 이렇게 문화재로 등록된 곳도 여러 곳이지만 어디에도 친일 역사는 함께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이렇듯 친일의 흔적이 교묘하게 지워져 있고 관광 자원이라며 피땀어린 국민들의 세금을 들여 보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고 문화재로 지정해 홍보하는 건, 역사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관광수입의 감소와 해당 지역의 이미지의 훼손, 이런 궤변식 우려를 표하면서 자발적으로 그 인사들의 친일 행위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 국적인 현실이라니 말이다.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친일파의 유물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친일의 역사를 감추고 있는지 단적인 반증일 것이다. 심지어 전국 학교에 설치된 친일파의 동상이나 기념비까지 하지만 친일 행적을 기록해 놓은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공통점까지.

미국의 디즈니랜드처럼 개발비용을 들여 놀이시설을 만들어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지만, 잘 보존되고 역사를 제대로 담아낸 문화유산이 있다면 저절로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큰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돈' 들이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으로 더 이상 역사 왜곡을 통한 문화재 지정과 유지보수는 지양하고 놓쳐버린 무형의 역사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물이 곧 역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올바른 역사를 담은 문화재 지정과 관광화 한다면 어디서든 우리조상들의 지혜와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록되지 못했거나 사라진 역사를 탓할 때가 아니라 그간 놓쳐버린 무형의 역사를 재정립하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씀을 잊지말고 이제는 우리모두 스스로가 역사의식을 가지고 이 일에 너나없이 앞장서야 할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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