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근배 전 충주시의회 의원

지난해부터 법조계에서 출발해 정치계를 휩쓸고 문화 예술계 종교계를 강타했던 미투운동은 이제 들불처럼 번져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다 못해 마침내 대통령까지 나서야 하는 사회문제로 일파만파돼 우리 곁에 일상화된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이제까지의 나타난 사실들로 미루어보면 다만 감추어져 있을뿐 어느 영역인들 폭력과 성폭력 언어폭력들이 없는 성역들이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져 일으키게 한다. 또 어느새 "인간 사회에서 언제 어디서나 있을수 있는 일"쯤으로 치부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단순 호기심의 집단최면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또 어떤 사례들이 드러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놀람과 호기심을 뛰어넘어 우리들 모두가 무엇이 문제였든가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먼저 우리는 우리자신이 폭력사회의 암묵적 방조자라는 자성의 몸부림을 쳐야 한다.

빛나는 메달의 색깔과 찬란한 트로피의 광채를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열광하고 박수치고 환호하며, 삼페인을 터트리고 술잔을 따랐던가. 또한 메달과 승리의 순간에 들려주는 포장된 월계관의 히스토리는 또 얼마나 우리를 감동시키며 눈물흘리게 했던가.

그러나 그 메달과 승리의 뒷면에 감춰진 매맞음과 욕설, 성폭력과 비인간적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던 수많은 선수들의 피눈물과 트라우마들을 보고도 못본 채 했는지, 알고도 눈감기에 급급한 방조자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충북체육의 역사속에서도 오직 승리에만 매몰됐던 지울수 없는 흑역사의 한페이지가 있었다. 비록 수십년전의 일이긴 하지만 충북이 전국소년체전에서 7연패의 역사를 기록한 반면 충북학생의 학력은 전국 최하위였음이 국정감사자료에서 밝혀져 하루아침에 도교위 학무국장이 경질되는 일까지 있었다. 7연패의 함성에 정상적인 교육이 매몰됐던 일이다.

생각해보자 도세가 작은 충북이 소년체전에서 내리 7연패를 해내려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오죽 많았을까. '하면 된다'는 결과 지상주의의 교육시책아래 편법과 강압과 폭력과 회유가 합리화돼 유망 선수들을 1,2년씩 유급시키면서까지 선수로 뛰게하는 등의 비교육적 처사들이 우리들을 얼마나 슬프게 했던가.

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도 생활체육이 상당부분 활성화 되기도 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엘리트체육에 집중하고 있고 그 결과 세계속의 체육강국 반열에 오르내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승리라는 목적을 위해 그 어떤수단도 정당화 되어 왔던 도제식으로 길러진 체육지도자들이 절대권력에 마취되어 받은 방식 그대로 대물림하고 있고 그것을 어느정도 허용해 온 우리들의 방심과 관용이 오늘의 암묵적 방조자가 아닌가 묻고싶다.

진실을 품은 용기있는 말(언어)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고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

사회전반에 걸쳐 펼쳐진 용기 있는 진실한 미투를 고백하고 고발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린 그분들이 보여준 일거수 일투족이 바로 그러하다. 그들의 진실과 용기앞에 마음속으로 무릎꿇어 우리가 방조자였음을 자인하며 응원하고 격려할 때 그들의 진실한 말은 비로소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제 우리사회에 만연된 지도자라는 절대권력의 탈을 쓴 폭력의 난무에 대해 그리고 그 침묵의 카르텔에 대해 우선 나부터 묵시적 방조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이제는 그 어떤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인 우리주변의 폭력에 대해 당당하게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자.

최근배 전 충주시의회 의원
최근배 전 충주시의회 의원

이것이 진실을 품은 용기있는 그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격려이자, 또다른 피해를 막는 그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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