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 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되찾고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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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바람은 참 오래도 산다. 어릴 때 부는 바람이 오늘도 부는 걸 보니 그렇다. 사람들은 어느 시절에 바람을 처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바람은 말을 할 줄 한다. 그 말은 바로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 있다는 자각을 시인으로 하여금 갖게 한다. 그러다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되찾고 있음을/ 나와 함께" 아는 존재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고 보면 '상실'과 '생성'은 바람의 몸처럼 한 몸이다. 바람 참 오래 산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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