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허영옥 충주시의회 의장의 아들이 충주시가 출자한 충주중원문화재단의 하부기관인 충주음악창작소의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다가 스스로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 의장의 아들 A씨는 재단의 채용공고 중 1명을 모집하는 행정직에 응모해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 16일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A씨는 허 의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일자 이튿날 바로 재단에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충주음악창작소는 그동안 시가 직영으로 운영해 오다 최근 충주중원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은 충주시 피감기관이다.

충주중원문화재단은 파행적인 운영과 각종 물의를 빚어 시의회가 이같은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아 시의회가 지난해 말 집행부가 제출한 2019년 당초예산 중 재단 관련 예산 절반 정도를 삭감한 기관이다.

이를 놓고 조길형 시장은 "시의회가 예술문화 예산을 삭감해 일을 못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시의회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또 논란의 중심에 선 재단에 음악창작소의 운영을 맡기는 등 오히려 재단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 시의회와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의회 의장이 재단의 하부기관에 아들의 취업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과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그동안 재단의 문제점에 대해 강하게 질책해 온 동료 시의원들은 허탈함을 넘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의원들은 "도대체 이런 망신스런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짓고 있다.

허 의장은 "아들이 스스로 원해서 응모하게 된 것"이라며 자신의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분명 부적절한 처사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李下不整冠)는 속담을 되새겼어야 한다.

의장에 대한 불신은 시의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도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허 의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일탈로 물의를 빚었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수천만 원의 보조금을 편취한 것이 드러나 지난 2010년 청주지법 충주지원으로부터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치른 직후에는 조길형 시장과 함께 시립택견단과 우륵국악단 등 방문단 40여 명을 대거 이끌고 국제무술축제와 세계무술연맹 연차총회에 참석한다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당시 수행비서까지 동반한 채 방문단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조 시장과 허 의장은 일반석에 앉은 나머지 사람들을 외면한 채 둘만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큰 비난과 함께 뒷말도 무성했다.

이는 선출직을 마치 특권으로 잘못 이해한데서 나온 무지의 소치로 밖에 볼 수 없다.

다른 일을 차치하고 이 한가지 경우만 보더라도 과연 허 의장이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시의회 수장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가 혹시 '염치'라는 낱말의 의미에 대해 알고나 있는지 묻고싶다.

이번 사태는 더욱 심각한 경우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만약 채용과정에서 허 의장이 개입된 것이 드러날 경우, 범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와 시의회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된 각종 소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의회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또 다시 '가게는 게 편'이라는 식으로 처리한다면 시민들의 거센 비난과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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