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아이가 기특한 행동을 했을 경우 부모들은 포상을 해주고 싶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장난감을 선물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먹거리를 비롯한 기본 사회 안전망이 무너지다 보니 애들을 위한 장난감 선물 선택조차도 점점 조심스러워 지고 있다. 알고 보면 아이에게 유해한 것들이 많아 확실히 아이에게 무해한 지를 돋보기처럼 들여다보고 결정해야 할 정도다.

최근 아이들 완구제품에서 또 문제가 터졌다. 그것도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액체괴물(슬라임), 일명 '액괴'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또 검출됐다는 보도다. 액체괴물은 젤리처럼 끈끈하고 고무처럼 자유롭게 늘어나는 성질로 필자의 자녀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점토 장난감이다.

'액체괴물' 슬라임 제품 다수에서 다량의 붕소 화합물이 검출됐지만 국내에는 이를 규제할 만한 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모들의 시름을 높이고 있다. 서울 모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은 흔히 액체괴물이라고 불리는 액체성 점토 장난감 내의 붕사나 붕산염 등 붕소 화합물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30개 제품 중 25개에서 붕소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2일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붕소 화합물은 생식·발달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와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과다노출될 경우 생식기능과 생식능력에 유해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발달독성을 지닌 물질에 노출되면 우리 자녀들의 정상적인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선 어린이들은 물론 임신부도 가급적 붕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번 액체괴물에서 붕소 화합물이 검출된 것은 이 완구가 가지는 특성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손으로 마구 만지며 노는 완구로 만진 후 간식을 먹는 등 별다른 경각심 없이 입 주변으로 손이 가게 되어 있다. 특히 유아의 경우 본능적으로 입에 자주 대는데, 이 붕소 화합물은 입으로 바로 들어갈 경우 붕소의 흡수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부모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연달아 유해물질이 발견된 액체괴물.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액체 괴물을 친근한 완구로 생각하며 가까이 하고, 화려한 색깔의 액체 괴물을 친구들과 주고받으며 놀고 있다.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우리 자녀들을 위해 각 가정에서 먹는 것, 입는 것, 씻는 것에 많은 관심을 들이는데 정작 아이들의 가장 좋아하고 접하는 장난감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되고 있어 정부와 각 가정의 경각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연일 보도되고 많은 피해를 일으키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 몇 년전 가습기 살균제 파동도 어느새 잊은 듯 하다. 적어도 아이들이 먹고 실제 피부로 접하는 것들은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 더 이상 '검출'되지 않기를 필자는 간절히 바란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과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함께 찾아보고, 아이들이 화려한 색상이나 디자인, 캐릭터 등만으로 현혹되어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친환경적 '착한'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습관을 갖도록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같이 노력하자. 이번 겨울방학부터라도 우리네 아이들을 위해 꼼꼼한 검증으로 유해물질 없는 '착한 선물'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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