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최근 주요 언론들은 앞 다투어 삼성전자 등 주요 전자업체들의 실적 부진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슈퍼 호황'이라고 불리던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고 지속되어 온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이 심화되면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을 견인했던 전자업계 대표 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2018년 4분기 잠정 매출액이 59조원, 영업이익이 10조8천억 원으로 전년 4분기(65조9천800억원)의 매출액 대비 10.6%,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15조1천500억원) 대비 28.7%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을 모든 언론에서 '삼성전자發 어닝쇼크'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기사에 언급한 '어닝쇼크(Earnings Shock)'는 상장기업이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실적을 보여 주가의 충격을 주어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반대 개념은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로 이는 기업 실적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경우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어닝 쇼크가 발생하는 것은 국내 경제에 좋지는 않겠지만, 이는 주로 특정 기업에만 국한되는 문제이다. 이번 상황은 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국한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어닝 쇼크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서, 우리가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대부분 기사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한국 수출을 견인했던 전자업계대표 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애플의 경우 2018년 4분기에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어닝 쇼크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미국 언론이든 한국 언론이든 대부분의 기사에서 애플의 실적 악화 때문에 미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과연 이 차이는 무엇일까? 왜 우리만 특정기업의 실적에 따라 경제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

이 문제의 답은 바로 우리 경제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삼성을 위주로 한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삼성그룹 매출은 총 373조 원대, 현대차그룹은 150조 원대, SK그룹은 125조 원대, LG그룹은 150조 원대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비중이 높은데, 가장 극명한 수치는 2016년 국내 총 수출액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3.7%였다. 또한 2016년 말 기준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475조 원대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1천554조 원대)의 30.6%를 차지한다. 따라서 재벌기업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에 따라 우리 경제 전체가 움직일 수도 있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경제 구조의 개선 또는 개혁을 외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취약성의 극복이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대기업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중심으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핀란드의 사례는 시사점이 있다. 대표기업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의 붕괴로 연결되지 않았다. 노키아가 몰락한 2009년 핀란드 GDP의 20~25%를 차지해 이후 핀란드 경제는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2009년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8.3%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2012년도 GDP +2.3%(유로 평균이 +1%)로 3년 만에 다시 회복했다는 점이다. 이듬해 핀란드 관료에게 물어보니 이를 만들어 낸 것은 핀란드의 혁신적인 정책과 시스템이라고 한다. 창업기업을 키워내고 중소기업을 육성해 온 경제구조가 위기를 단숨에 극복하는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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