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 입구 / 중부매일 DB

정부가 SK하이닉스와 함께 추진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대한 지지체들의 유치 경쟁이 시작부터 뜨겁다. 이미 경합을 벌이는 경기도 용인시와 이천시, 충북 청주시, 경북 구미시에 이어 충남에서도 천안·아산 등 북북권에 이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이제 막 사업구상이 공개됐는데 벌써 전국 5곳의 지자체가 경쟁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사업추진이 본격화되면 지금의 '5파전'에 다른 지자체들이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금으로서는 최종 심판대의 크기를 짐작하기 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이처럼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한 경쟁에 지자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드는 이유는 지역에 큰 돈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총 사업비 1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고용창출 효과만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자체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은 시작부터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경쟁에서의 우위를 장담하고 있다. 또한 의회와 시민단체 등을 전면에 내세워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 어느 지역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직간접적으로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한 대규모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벌써부터 후유증을 우려할 정도로 과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천에서는 시민단체가 연대해 유치활동에 뛰어들었으며, 용인에서는 시장이 직접 나서 "유치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구미에서는 대구·경북으로 유치운동 범위를 넓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유치전에 '올인'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만큼 과열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국가균형발전'이란 대의명분을 내세워 경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경제논리가 득세를 하면서 유치전 판세와 전망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다른 지자체의 추가 도전장이 이어진다고 해도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은 '수도권내 입지 여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까닭에 기업의 입맛에 맞는 조건을 내세운 수도권 지자체들이 그 어느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로 인해 유치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도 유치전을 과열로 이끌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들의 도전의지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따져볼 필요도 없다. 결국 대규모 기업투자를 비롯한 현 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지자체간 과열경쟁을 유발하는 사업추진은 득보다 실이 클 수 밖에 없다. 지난해 7개월을 끈 소방복합치유센터 공모전도 평가과정에서의 지나친 경쟁 유발로 적지않은 후유증과 문제점을 낳았다. 참여 지자체들이 과도한 행정력 투입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뒤탈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유치경쟁에 정부의 분명한 기준이 선행돼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정목표와 연관된다면 선택의 여지는 더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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