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
  • 중부매일
  • 승인 2019.01.23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이야기] 윤삼수 충북학생수련원 교육연구사

한겨울 산골짜기에 칼바람이 불 때면 모든 생명활동들이 다 얼어붙어버리고, 잎 떨어진 나무들도 마치 죽은 것처럼 고요합니다. 그러나 어는 순간에 봄바람이 찾아들면 수많은 초목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생강나무, 진달래, 산벚꽃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웁니다. 숲의 바닥에는 변산바람꽃, 나도바람꽃, 태백바람꽃, 들바람꽃,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들의 꽃도 핍니다.

초봄 아직 응달에 쌓인 눈이 그대로인 계곡의 양지바른 언덕에는 손가락 두 마디쯤 키의 너도바람꽃의 꽃도 피기 시작합니다. 너도바람꽃은 가늘고 여린 줄기에 총포잎 한 층과 꽃 한 송이가 달려 있습니다. 지극히 단아하고 욕심 없어 보입니다.

너도바람꽃은 곤충에게 줄 노란색 꿀주머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꽃이 핀 계곡에 추위가 몰려오면 꽃가루를 날라 줄 곤충들이 찾아오지 못합니다. 그러면 꽃은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너도바람꽃은 이러한 일들을 수없이 겪어서인지 또 다른 생존 전략을 하나 더 갖고 있습니다. 그건 작고 동그란 구근입니다. 구근은 메마른 가뭄과 혹한에도 견디어 내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음 해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영양분을 저장해 둡니다. 너무 작아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꽃이지만 수많은 세월을 살아낸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안전장치가 있어서 가능한 것일 겁니다.

봄은 식물들이 마치 경주를 하듯 경쟁적으로 잎을 내고 광합성을 시작합니다.

키 작은 너도바람꽃도 생존 경쟁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식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 한발 앞서 꽃을 피우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매서운 추위와 맞닥트려야 했고, 그것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때늦은 눈이 내려도 꽃이 핀 채로 눈 속에 파묻혀 꿋꿋하게 버텨 냅니다. 그리고 다른 식물들이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자리다툼에 들어갈 5~6월이면 벌써 열매가 여물고 그러고 나면 잎도 지고 맙니다. 이미 한 해의 삶을 마무리하고 다시 긴 겨울잠에 들어갑니다.

윤삼수 충북학생수련원 교육연구사

어떤 생물에게도 삶은 치열합니다. 너도바람꽃도 일 년 중 짧은 시간을 땅 위에서 살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이었습니다.

눈 속에서도 의연하게 핀 너도바람꽃을 가까이서 보면 여린 바람에도 심하게 떨립니다. 그러나 부지런함이 있어 매년 꽃을 피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