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최근 용산 아이파크 몰에서 열린 '반 고흐와 폴 고갱 라이브 전'을 보러갔다. 이 전시회는 캔버스에 그림을 담은 것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시각적이 효과가 있는 영상미술에, 배경 음악을 넣어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예술의 접목을 통한 색다른 문화 체험의 아트 콜라보였다. 얼마 전, 반 고흐에 대한 유화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았다. 그의 그림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기라도 한 듯 스크린 위에 펼쳐졌다. 영화에서 130점의 그의 그림을 100명 넘는 예술가들 노력덕분에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런데 순수를 갈망했던 고흐와 원시를 꿈꾸었던 고갱은 살아온 길도, 생각하는 방식도, 그림 그리는 스타일마저 달랐다. 고흐는 "나는 그림을 꿈꿔왔고 그러자 나는 내 꿈을 그리게 되었다."고 하였고, 폴 고갱은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고 했다. 1888년 12월23일 고흐는 면도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는데, 동료 화가 고갱과 함께 살면서 공동 작업을 하며 지낸 두 달째 되던 밤이었다. 그날 둘은 격렬하게 다투었고 고갱이 자신을 떠날까 봐 늘 불안해하던 고흐는 정신분열 상태에서 귀를 자르고 말았다.

그렇지만 고흐는 고갱이 아를에 도착하기 전부터 그를 기다리며 '해바라기'와 같은 걸작들을 그려냈다. 그는 고갱의 영향으로 기억과 상상력에 의존해 그리는 방법을 배웠고, 고갱은 감정을 담아 강렬하게 표현하는 법을 고흐로부터 배웠다. 이렇게 두 화가는 미술작업에서 서로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밀레를 숭배한 고흐는 밀레의 '만종' 등 밀레의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그의 예술 세계와 인생관을 본받으려고도 했다. 반 고흐가 밀레의 작품을 모방해 스케치한 그림이 무려 300여 점이 된다.

고흐나 고갱처럼 미술에 대한 열정은 자신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힘이다. 열정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행하는 자율적인 행동으로 집중해서 작업을 하면 행복감을 느낀다. 인간은 누구나 살다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만난다. 이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이성과 감성, 열정 그리고 행동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성공한 삶으로 갈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고흐와 고갱도 때로는 그 욕심이 지나쳐 자신을 옥죄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비워내는 일인데, 빈 공간이 있어야 우리 몸도 제 기능을 발휘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나무가 나무를 만나 숲을 이루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 조화를 이루면 발전할 수 있다. 고흐가 밀레와 고갱에게 좋은 점을 배웠고 고갱이 고흐 같은 좋은 친구를 두었기에 꿈과 희망에 도전할 수 있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고흐와 고갱의 아트 콜라보를 보니 문학에 대한 새로운 힘이 생긴다. 작가 로맹 롤랑은 '태양이 없을 때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라고 했다. 희망이 없다면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문학가나 음악가, 미술가들의 몫으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도록 이끌고 가야한다. 삶이 공허하고 답답할 때는 바다에 나가 영혼의 활기를 찾아보자. 활기찬 삶과 열정은 창조적 에너지를 발휘하여 힘이 될 것이고,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꿈을 인도하여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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