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야3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전날 예산안 처리 합의에 반발하며 '본회의 보이콧'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다. 2018.12.8 / 연합뉴스

'지방분권 개헌'이 지난해 무산된 이후 자치분권 실현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의 지방 일괄이양'에 어두움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방분권 활동의 결정판이랄 수 있는 개헌이 좌절되면서 유명무실해지는 지방자치의 생존을 위해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지방이양일괄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법은 과도한 중앙권력으로부터 지역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을 제도적,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목적으로, 지역이 스스로 존립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각종 권한 가운데 중앙에 잘못 주어진 것들을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걸맞는 권한마저 지역이 나눠가질 가능성이 낮아지자, 분야를 막론하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 비대화를 차단하려는 활동도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지 25년여가 흘렀지만 분권실현을 위한 법·제도가 여전히 제자리라면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가 더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는 지역의 손발을 묶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 법의 국회통과가 차질을 빚는 까닭이 지방으로 이양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사무·권한의 상당수를 넘겨주지 못하겠다는 것이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지방일괄이양법에는 66개 법률에 담긴 19개 부처의 571개 사무·권한이 해당된다. 그러나 해당 법률이 다양한 만큼 12곳이나 되는 소관 상임위의 시각이 제각각인데다가 현재 개정을 다루고 있는 운영위내에서도 이견이 많아 일괄 처리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까닭에 몇몇 시·도지사들이 지난 23일 국회를 찾아가 '지방분권 특별위원회'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창구가 단일화된다면 일의 추진속도가 높아지는 한편 진행과정이 한눈에 드러나는 만큼 효율적인 방안이 되겠지만 수용여부는 역시 미지수다.

앞서 지방분권에 많은 공을 들였던 참여정부때에도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여야를 떠나 정치권의 딴지로 입법발의조차 무산된 일도 있다. 지금도 정당별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아예 이 문제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방이양일괄법의 국회 통과는 정치권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계속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조속한 통과는 커녕, 원안이 크게 훼손된 누더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표를 내세워 지방이양일괄법을 옥죈다면, 지방에서 할 일은 분명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역민들은 주권(主權)인 표로 이들을 옥죄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의 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혹여라도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자신들의 목소리가 작아질 것을 걱정하는 '금배지'라면 일찌감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다음 선거에 다시 민심의 심판을 받을 생각이라면, 여의도를 달구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의 논란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으려면 딴 생각말고 지방분권과 지역자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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