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지역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IMF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지인들 중에도 폐업한 사람이 부지기수고 1달 100만원 벌기도 버겁다고 한다. 특히 우리지역은 부동산시장까지 최악으로 치달으며 이중고를 겪었다. 부동산가격 하락과 경기불황까지 겹쳐 우리 지역 곳곳에서 역전세란(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역전세란은 당사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것을 너머 연쇄적 계약해지, 대출위기 등을 가져올 수 있어 전세란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울하게도 올해 부동산과 자영업의 사정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더하여 올해는 지역 근간 산업마저 위태로워 보인다. 작년에 호실적을 냈지만, 반도체 산업도 사실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 지역 수출의 40%, 고용인원 9천명이나 차지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충북과 청주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특정산업, 특정기업에 과중하게 의존적인 도시에서 그 산업과 기업의 위기는 그 도시에 치명적이다.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위기에 처한 울산, 거제, 군산 같은 도시들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지역신문에는 자치단체장들의 새해 인터뷰 기사가 넘쳐났다. 그러나 그 어떤 인터뷰 기사에서도 이러한 지역경제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4% 5%니, 강호축이니 하는 단체장들의 자화자찬용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옮겨 실은 것뿐이었다. 적어도 편집국장이나 기자라면 서민들의 어려움을 전하거나 전문가들의 불안한 전망에 대한 대책을 물었어야 하는데, 그러한 질의는 단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것이 단지 새해에는 덕담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관행이나 인터뷰어가 은밀히 고려하여야 하는 회사내부사정 때문만 일까?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터뷰이가 문제다. 사실 자치단체장이나 고위관료들은 지역경제에 다가올 위기나 지역서민들의 어려움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 더 나아가 그러한 경제적 위기를 관리하거나 서민들의 고충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공적 경제기구가 지자체 내에는 전무하다. 단지 단체장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실적을 홍보하고, 그것을 위한 부풀려진 유치기업이나 고용율 등의 숫치만 존재할 뿐이다. 서민경제에 대한 고충을 말해봤자 자신들에게 불리할 뿐이므로 회피하고프고, 그 해결책을 의사나 강구할 능력도 전무하니 오직 중앙정부의 입만 쳐다볼 뿐이다.

그러나 좁은 땅덩어리라도 중앙의 문제가 다르고 지방의 문제가 다르다. 그에 따라 해결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서울은 부동산 거품이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은 1990년대초 일본의 부동산폭락이나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를 경고한다. 우리 지역의 문제는 정반대다. 아파트 공급과잉과 부동산경기 침체가 문제다. 그러므로 우리 지역의 해결책은 전혀 달라야 한다. 중앙에서는 우리 지역문제에 관심도 없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도 없고 그 대책이라는 것은 오히려 우리 지역의 문제에 역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단체장이나 관료들은 이에 관심도 의지도 능력도 없다.

최용현 변호사
최용현 변호사

자신의 실적을 자화자찬하거나 장밋빛 미래를 포장한다고 해서 존경받게 된 지도자나 관료는 역사상 단 한명도 없었다. 그것이 비록 정치적 쇼에 불과할지라도, 전통시장을 찾아 또는 선술집 자리에 동석하여 서민들로부터 그들의 고충과 때때로 발휘되는 묘안을 새겨듣는 단체장과 관료가 되어야 한다. 이 좁은 곳에서조차 선거철 외에는 도지사나 시장, 군수들 얼굴보기가 대통령이나 장관 얼굴보기 만큼이나 힘드니, 이래서야 어찌 지역사회의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마저도 그들에겐, 너무 귀찮고 불쾌한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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