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 이원하

제가 가을을 봄이라 부른 건요
실수가 아니에요
봄 같아요 봄 같아서

얼굴에 입은 거 다 벗고
하늘에다 바라는 걸 말해봅니다

하지만 하늘에다 말한 건 실수였어요
실수를 해버렸으니
곧 코스모스가 피겠네요

코스모스는 매년 귀밑에서 펴요

귀밑에서 만사에 휘둘려요
한두 송이가 아니라서
휘둘리지 않을 만도 한데 휘둘려요

어쩌겠어요

먹고살자고 뿌리에 집중하다보니
하늘하늘거리는 걸 텐데
어쩌겠어요

이해해요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잖아요
귀밑에서 스스로 진리에 도달하고
질문도 없잖아요

그 좁은 길
무게 넘치는 곳에서

질문이 없잖아요

꺾어다 주머니에 찔러넣어도
내년에 다시 회복할걸요

휘둘리며 사는 삶에는
애초에 비스듬하게 서 있는 것이 약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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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그의 자동기술법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엔 조그만 미소가, 그것이 다음엔 점점 커지고, 그리고 마지막엔 나도 알 수 없는 고개가 나타나 끄덕여진다. 난해한 문장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앞이 캄캄해지는 수가 많은데, 이렇듯 재미있게 읽히기가 쉽지 않다. 그의 시는실수로 핀 코스모스 같이 엉뚱한 곳에서 엉뚱하게 하늘거린다. 코스모스는 말한다."휘둘리며 사는 삶에는/ 애초에 비스듬하게 서 있는 것이 약이니까요"논리적으로 그의 시를 해석하려다가는 손가락 부러진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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